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사태’ 직후 전국 비상계엄 당시 정부가 계엄 선포와 세부 내역을 관보에 게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유고라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관련 내용을 공고한 것인데 윤석열 정부는 비상계엄 발동과 해제 모두를 관보에 싣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확보한 1979년 10월 27일자 관보를 보면 최규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공고에는 박 전 대통령의 유고를 이유로 27일 오전4시부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일원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계엄사령관 정승화가 표시돼 있고 국무회의 심의와 관련해 신현확 경제기획원 장관과 박동진 외무부 장관을 포함해 국무위원 19명의 이름이 명시돼 있다.
1980년 5월 17일 계엄 전국 확대 당시에도 신군부는 비상계엄 선포를 관보에 실었다. 이 때도 최규하 당시 대통령과 신현확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다. 신군부는 1981년 계엄 해제와 관련한 내용도 관보에 실어 국민들에게 알린 바 있다.
이는 당시 계엄법에 따른 것이다. 계엄법 1조는 대통령이 계엄이 선포를 한 때에는 그 선포의 이유, 종류, 시행지역 또는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현행 계엄법 제3조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는 그 이유와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사례와 법 조항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관보에 실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포고령은 관보나 일간지 등을 통해 공고돼야 효력이 있다”며 “이번에 계엄령 선포 및 해제 사실을 관보에 게재조차 안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