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고 신임 장관 후보자로는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없는 동안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직무대리를 맡도록 했다. 국방부 사상 첫 직무대리 체제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을 재가하고 최 대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서울 중경고와 육군사관학교(41기)를 졸업했으며 김 전 장관의 세 기수 후배다. 22사단장과 5군단장, 육군참모차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한 대장 출신이다. 202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는 김 전 장관과 함께 윤석열 대선 캠프에 몸담아 국방 공약 수립에 관여했다. 대선 승리 후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는 예비역 및 안보 전문가 모임인 서울안보포럼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주사우디 대사로는 지난해 12월 발령이 났다.
정 실장은 최 후보자에 대해 “국방 안보 분야 전반에 대한 넓은 식견을 갖췄고 전후방 각지의 야전 경험이 풍부한 작전 전문가”라며 “헌신적 자세로 임무와 규정을 완수하는 원칙주의자로 상관에 직언할 수 있는 소신도 겸비해 군 내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했다고 알려진 김 전 장관과 달리 소신이 강한 군인이라는 것을 부각한 것이다.
최 후보자는 현재 사우디에 머무르고 있으며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에 맞춰 귀국할 예정이다. 51대 국방부 장관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김 차관이 직무대리를 맡는다. 1948년 창군 이래 첫 직무대리 체제다.
김 차관은 직무대리를 맡은 직후 국회 국방위원회 12·3 계엄 사태 현안 질의에 출석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면직 재가가 긴급 현안 질의 직전 이뤄진 탓이다. 비상계엄을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고 계엄 해제 전까지 지휘한 김 전 장관은 전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이 국방위 출석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 직무대리는 이날 “3일 밤 언론 보도를 통해 계엄령 선포 사실을 알았다”면서 “차관이면서 일련의 행동을 미연에 확인하지 못했고 막지 못했다.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가수사본부에서 내란죄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