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투자회사가 보수적 가치에 기반한 투자를 강조하는 일명 ‘안티 워크(Anti-Woke)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다. 진보적인 정책이 회사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ETF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해당 기업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첫 번째 타깃으로 ‘스타벅스’를 정조준한 가운데, 구체적인 투자 방향을 밝힐 설명회도 안티 워크의 선봉장 격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렸다.
깨어있다는 의미의 ‘워크(woke)’는 사회 정의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나타내는 용어로, ‘안티 워크’는 이러한 진보적 가치에 반대하는 보수적 움직임을 일컫는다. 트럼프 당선 이후 이 같은 반(反)워크 정서가 금융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아조리아 파트너스(Azoria Partners)가 내년 초 안티 워크 ETF를 출시한다. 이 ETF는 채용 과정의 다양성(Diversity)과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 이른바 DEI를 고려하는 S&P 500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아조리아의 공동 설립자 제임스 피시백은 “미국인들은 트럼프에 투표했든 안 했든 워크 실험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인종과 성별에 기반한 채용 할당제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 펀드는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다른 노선을 취한다. 펀드는 실력·능력주의를 뜻하는 ‘S&P Meritocracy’의 약자인 ‘SPXM’이라는 티커로 거래될 예정으로 DEI 정책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해당 기업들을 지수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압박할 계획이다. 이는 환경 오염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의 전략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다만, 현재는 운용자산이 없어 당장 공격 대상에 대한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피시백은 “능력 위주의 채용만이 기업과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맥킨지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인종 다양성 상위 25% 기업들이 하위 25% 기업들보다 39% 더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도 예상된다.
한편 FT가 입수한 이번 행사의 초청장 명단에는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와 트럼프 정부의 프로젝트 2025를 이끄는 케빈 로버츠 헤리티지 재단 대표 등이 포함됐다. 다만 두 사람은 이 일정에 대해 따로 논평하지 않았다.
FT는 “이 새로운 펀드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투자자들이 DEI와 ESG 이니셔티브에 대항하고 워싱턴의 정권 교체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는 최신 시도”라며 정치적 동기를 가진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당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조리아는 스타벅스를 비롯해 DEI 정책을 시행하는 30여 개의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안티 워크 ETF의 움직임에 대해 “채용 과정의 어떤 단계에서도 목표나 할당량이 없다”며 “이전에 있었던 다양성 정책도 이미 만료됐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