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전국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6일 국회의사당을 방문하겠다는 소문을 들은 시민들이 국회 앞에 몰려 집회를 벌였다.
6일 오후 2시 50분께 정치권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이 퍼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7일 진행되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까지 총동원령을 내려 국회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모두 비상대기를 지시했다.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즉시 국회 앞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6일 오후 2시 55분께 국회에서 민간 차량들이 줄줄이 나온 뒤 문이 굳게 닫히자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방문을 확신하고 손에 피켓을 들고 “윤석열 탄핵”,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다만,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우원식 국회의장은 긴급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국회를 찾지 말아 달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더욱 늘어났고, 오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보수단체의 ‘윤석열 지지’ 집회와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기싸움을 벌이며 국회 앞은 더욱 혼란해졌다.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한 지 불과 30여 분 만에 집회 참가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 국회의사당역 6번출구 앞까지 가득 메웠다. 양 측 참석자들은 상대 진영을 향해 고성과 욕설, 야유를 내뱉기도 했다.
진보 측은 “내란수괴를 체포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윤 대통령 지지 단체 측을 향해서는 “진짜 테러 세력”, “비상계엄 공범”, “나라의 배신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 측에서는 “이재명을 체포하라”, “윤석열 대통령 화이팅” 등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한동안 진보단체의 구호와 보수단체의 구호가 번갈아가며 국회 앞을 매웠다.
집회가 한창 무르익을 때 쯤 한 중년 남성이 진보 단체 측에 “이재명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소리를 지르자 진보 측 참가자들이 “저리 가라”고 야유를 퍼부으면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급히 경력을 파견해 양측을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을 막았다.
양측 참가자들도 취재진에 각자의 주장을 피력했다. 이경렬(58) 씨는 “3일 이후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한 번도 집회에 참석한 적이 없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처음 나왔다”며 “과거 계엄령 당시에는 학생이었는데, 과거가 또 반복돼서는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참가자는 “단체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7일 진행될 집회를 앞두고 개인적으로 미리 참석했다”며 “(윤 대통령이) 정말로 국회에 온다면 시민들의 감정이 격해질까 걱정되지만, 평화적으로 구호만 외치며 국민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내와 함께 국회를 찾은 오 모(50대 후반) 씨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알고 이를 후퇴시키는 짓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윤 대통령 지지자를 비판했다.
반면 이날 흑석동 자택에 있다 급히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조수현(57) 씨는 “(민주당이) 검사까지 탄핵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눈 감으면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권한 행사를 향해서는 위법이라고 하는 것이 답답하다”며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동훈 대표는 사퇴가 답이라고 생각하는데, 탄핵은 절대 안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포공항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는 김 모(67) 씨는 “계엄령은 합법적인데, 느닷없이 탄핵을 한다고 해서 이 곳에 나왔다”며 “한동훈 대표가 탄핵에 찬성한다고 말을 바꾼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정치 욕심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한 것 같은데, 유승민·김무성과 다를 것이 없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대규모 집회는 주말인 7일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등에 따르면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정권 퇴진 3차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 퇴진운동본부는 경찰에 여의도 국회대로·의사당대로와 광화문 일대에 각각 20만 명, 4만 명의 집회 참석 인원을 신고했다. 집회 시간은 오후 3시부터다.
촛불행동은 오후 3시부터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를 한 뒤 국민의힘 당사 방면으로 행진을 진행한다. 예상 참석 인원은 3000명이다.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 세력인 자유통일당은 오후 1시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1만 5000명 규모의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보수집회의 사전 집회 신고 인원만 26만 명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