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韓 '尹 국정운영 불가' 결론…탄핵 반대 당론에도 친한계 '흔들'

[비상계엄 후폭풍]

◆ 탄핵정국 급물살

韓 "이제는 책임있는 결정 해야"

6명만 동참해도 저지선 무너져

與 중진들 "당부터 살려야" 설득

"탄핵속도 빨라" 당내 반응도 변수

기세잡은 野는 공세 수위 높여

李 "최대한 빨리 직무배제해야"

6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공관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독대한 뒤 국회를 방문해 여당 의원총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소문이 알려지자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제지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스크럼을 짜고 대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6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공관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독대한 뒤 국회를 방문해 여당 의원총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소문이 알려지자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제지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스크럼을 짜고 대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키를 쥐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사실상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돌연 선회해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깊고 어두운 ‘탄핵의 강’을 건너온 중진 의원들과 친윤계 의원들의 반대에도 20여 명 안팎인 친한계 의원 중 6명만 한 대표와 의견을 같이 해도 탄핵소추안은 국회를 떠나 헌법재판소로 향한다. 보수 진영은 8년 만에 또 정권을 스스로 붕괴시킬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기로’에 놓였다.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가 “야당의 대통령 탄핵을 막겠다”는 입장을 하루 만에 뒤집으면서 친한계 의원 중 상당수가 7일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표를 던질지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했지만 6선으로 당내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이날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천명했다. 조 의원은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안 의원은 “탄핵안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이 퇴진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야당의 탄핵소추를 막겠다”는 입장을 하루 만에 선회한 까닭은 윤 대통령이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 독대 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비상계엄령 선포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들의 체포 시도가 있었던 점을 언급하면서 “당론으로 정해진 건 못 바꾸겠지만 제 의견은 대통령의 업무 정지”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제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면서 “(국민들 사이에) 또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는 불안이 있고 이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며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 대표가 직접 탄핵론에 불을 지피면서 탄핵의 ‘캐스팅 보트’를 쥔 친한계의 기류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탄핵 저지선’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탄핵 연대’를 구축한 범야권 의석수는 192석이나 앞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친한 의원 18명 중 절반만 합류해도 가결 요건을 충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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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중진·친윤계 의원,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일제히 ‘탄핵 불가'를 호소했다. 전임 당 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은 “당론을 정할 때는 ‘대표와 상의하라’더니, 정작 이 엄청난 결정을 내릴 때는 당헌·당규를 위반한 채 자신 혼자 처신하고 있다”고 한 대표를 비판했고, 권영세 의원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주장들을 근거로 탄핵에 찬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중진들은 의총이나 친한계 의원들과 만나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당이 멸문지화의 아픔을 겪은 일화를 언급하며 “분노에는 공감하지만 당이 무너지는 건 막아야 한다”며 친한계 의원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세훈·박형준·홍준표 시장 등 여당 소속 시도지사 12명도 입장문을 내 “대통령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책임총리가 이끄는 비상거국내각 구성·임기 단축 개헌 등 2선 후퇴를 요구했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탄핵 속도가 좀 빠르지 않느냐”며 야당발(發) ‘탄핵 열차’에 곧바로 올라타는 데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흐르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해소로 이어져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탄핵 분위기 조성으로 기세를 잡은 야당은 여권을 향한 공세 수위를 바짝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직무에서 배제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수사·체포·구금·기소·처벌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탄핵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여당 내 10명의 의로운 의원들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의힘 대표를 역임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탄핵의 교훈이라면 탄핵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나누어 들고, 혁신하고 쇄신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의 탄핵 동참을 촉구했다.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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