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6일 국내 금융시장도 하루 종일 크게 요동쳤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소추에 사실상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히자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400 선 아래까지 주저앉았고 코스닥도 4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매수와 매도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대한 윤곽이 잡힐 때까지는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69포인트(0.56%) 하락한 2428.16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0.40% 상승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 집행정지를 요구했다는 소식에 오전 10시께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후 탄핵 정국이 급박하게 흘러가자 2397.73까지 떨어졌다. 코스피가 2400 선을 내준 것은 지난달 15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는 특히 2차 계엄 가능성, 국정 공백 등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이 총 5771억 원을 순매도하며 적극적으로 끌어내렸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도 순매수와 순매도를 번복하며 갈팡질팡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20분까지 339억 원을 팔아치우다가 오전 11시께부터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그러다가 다시 오후에는 순매도로 입장을 바꿔 최종적으로 총 3094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해제한 4일부터 이날까지 사흘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마지막으로 코스피를 순매수한 것은 이달 3일이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더욱 널을 뛰었다. 장 초반 약보합으로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하락 폭을 키우다가 장중 한때 3% 이상 급락했다. 코스닥은 644.39까지 떨어져 2020년 5월 4일(635.16) 이후 4년 7개월 만에 장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닥은 이후 하락 폭을 상당 부분 만회하며 전날보다 1.43% 하락한 661.33에 거래를 마쳤다.
혼돈의 장세 속에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정치 테마주들이 날뛰었다. 한 대표의 윤 대통령 집무 집행정지 발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꼽히는 에이텍(045660)이 20.90%로 급등했고 오리엔트정공(065500)(29.77%), 이스타코(015020)(29.97%), 수산아이앤티(050960)(18.33%)도 초강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한 대표의 테마주인 디티앤씨알오(383930)(29.86%), 대상홀딩스(084690)(15.42%), 덕성(004830)(10.33%) 등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테마주인 진양화학(051630)(6.36%), 진양산업(003780)(7.07%), 진양폴리(010640)(6.58%)도 크게 요동쳤다.
이날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잃으면서 일부 종목들은 단기 과열 양상을 보였다. 특히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010130)은 장중 한때 20% 넘게 올라 현대차(005380)를 제치고 시총 5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240만 7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가 그 직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탓에 181만 3000원(시총 8위)으로 주저앉았다. 하루 동안 60만 원 가까이 주가가 움직인 셈이다.
장 초반 혼조세를 보이던 채권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7bp(1bp=0.01%) 오른 2.620%에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일부터 이날까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 상황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이로 인한 불안 심리가 시장을 약세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향후 경로가 선명해지기 전까지는 증시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져올 대외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코스피 기업의 이익 전망도 하향되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가 국내 정치 리스크까지 떠안게 돼 투자심리 회복 동력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많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내수 경기 침체가 전망되고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교역 조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 전반에 또 하나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됐다”고 우려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가결이든 아니든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탄핵 가결이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부결 시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돼 증시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