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중개수수료를 강점으로 내세운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배달앱이 실적 부진 속에 잇달아 서비스를 종료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초라한 실적만 거두며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8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최근 경남 진주시와 창원시가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중단했다. 창원시 ‘누비고’와 진주시 ‘배달의진주’ 두 곳을 운영하던 운영사 스마트마켓서비스가 누적된 적자 탓에 계약 기간보다 빠르게 11월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창원 누비고는 10월 말 기준으로 누적 가맹점 수 1671개, 회원 수 2만 430명, 누적 주문 건수 2만 2927건, 누적 매출액은 5억 6887만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가맹점 수는 4개월 만에 1730개에서 1671개로 줄었다. 서비스 시행 첫 해인 지난해 4억 5835만 원이었던 매출액이 올해는 1월부터 1억 1052만 원으로 3억 원 넘게 떨어졌다.
진주시의 배달의진주는 10월 한 달간 주문 건수는 5824건, 매출액은 1억 5000만 원에 그쳤다. 가맹점당 평균 매출 주문 건수는 6.5회, 매출액은 17만 원에 불과했다.
지난 8월 경남도는 18개 시군을 통합한 지역 통합 공공배달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배달앱 구축이 아닌 기존 지자체 배달앱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더불어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2일 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공공배달앱 다수가 경쟁력을 잃고 존폐 위기에 몰리는 점을 언급하며 추후 부울경 경제동맹회의 때 경남도가 지역 상인들을 위해 공동배달앱 개발·운영을 적극적으로 제안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공공배달앱 서비스 종료는 타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한 대전지역 공공배달앱 ‘휘파람’과 충남도 ‘소문난샵’은 시행 2년 만인 2023년 4월과 5월 각각 퇴장했다. 시스템 개발과 운영비, 홍보·마케팅비 등 4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부산시 '동백통'도 출시 2년 4개월 만인 지난 5월 종료됐고, 경북도가 운영 중인 공공배달앱 '먹깨비'도 내년부터 서비스가 종료된다.
이들 공공배달앱은 민간 배달앱과 비교해 낮은 인지도와 효율성이 떨어지는 이벤트 등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정 형편에 따라 지원 예산이 감소하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줄고, 자연스레 이용자도 감소하는 상황이 반복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도 지적했다.
공공배달앱이 주는 가격 이점이 적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민간 배달앱은 코로나 엔데믹 후 제휴사 할인 쿠폰을 수시로 제공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지만 지자체는 자본력이 필요한 할인 행사를 지속하기 어려워 낮은 수수료율의 의미가 퇴색된다. 이 밖에 시장 상황에 뒤떨어진 인터페이스로 디지털 소비자 특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공공배달앱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대표 성공 모델로는 대구 공공배달앱인 ‘대구로’가 눈길을 끈다. 대구로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소상공인에 친화적인 수수료 정책, 온누리상품권 결제 시스템 도입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54만여 명이 가입해 이용 중인데, 가맹점도 1만 8000여 곳으로 대구 음식점(4만 5000여 곳)의 40%가 입점해 있다.
김무환 경남대 금융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배달앱은 이용자들과 가맹점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와 더불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규모의 배달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지역사랑상품권처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는 보조 정책으로 성과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