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 망명 허가"…美 “IS 견제 위해 미군 유지”

수도 함락 직전 가족과 탈출해 러시아행

러, 안보리에 시리아 사태 관련 긴급회의

바이든 “독립적인 새 정부 구축에 협력”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한 8일(현지 시간) 한 남성이 축출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진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한 8일(현지 시간) 한 남성이 축출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진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기 직전 다마스쿠스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로 망명했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반군에 대한 견제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8일(현지 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은 크렘린궁 소식통을 인용해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모스크바로 망명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역시 9일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망명이 허가됐다면 이는 푸틴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망명 사실을 확인했지만 알아사드 일가의 소재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항공기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를 토대로 다마스쿠스가 시리아 반군에 함락됐다는 보도가 나온 무렵 항공기 한 대가 다마스쿠스공항을 이륙했다고 보도했다. 이 항공기에는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무장 세력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을 이끌고 있는 반군 수장 아부 모하메드 알골라니는 시리아 최대 이슬람 사원인 우마이야 모스크를 방문해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을 “이슬람 국가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아흐마드 알샤라’라고 부르며 알아사드가 시리아를 “이란의 탐욕을 위한 농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시리아 국영TV는 이날 “정권이 전복되고 모든 수감자가 석방됐다”는 반군 성명을 발표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1971∼2000년 장기 집권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았으며 알아사드 부자는 총 53년간 독재 철권통치를 이어왔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시위에 맞서 화학무기를 써가며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해 정권을 유지해왔다. 러시아와 이란은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반군을 공격해왔다.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시리아에서 포용적 과도정부를 수립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발표함과 동시에 시리아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그동안 알아사드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미국은 시리아 내 반군을 견제하기 위한 병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인들이 자신의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수세대 만의 기회”라며 모든 시리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독립적인 새 정부를 구축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시리아 내 이슬람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해 “우리는 IS가 공백을 틈타 자신의 역량을 재건하고 피난처를 만들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걸 안다”면서 “IS에 대한 우리의 임무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리아에는 900명가량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IS를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하고 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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