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인천항 갑문에서 발생한 노동자 추락 사망 사고에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IPA) 사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IPA와 최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IPA도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며 "당시 IPA 대표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 사항뿐 아니라 관계수급인(하청업체)이 사용하는 근로자의 안전보건 사항을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라고 짚었다.
IPA는 2020년 인천항 갑문 정기보수공사 도급 계약을 A 회사와 맺었다. 이 회사의 근로자 B씨는 그해 6월 갑문 상부에서 H빔을 내리는 작업을 하던 중 갑문 바닥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IPA와 최 전 사장은 공사현장에 산재 예방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2022년 4월 기소됐다.
재판의 쟁점은 IPA를 도급인 혹은 건설공사발주자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2019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도급인에게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인정하는 등 형사처벌을 강화했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도급인이 아니라고 보고 형사 책임을 제외했다.
1심은 IPA를 도급인으로 보고 벌금 1억 원을 선고하고, 최 전 사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2심은 IPA가 건설공사 시공을 직접 수행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는 건설공사발주자로 판단, 무죄 판결했다.
대법원은 해당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이어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갖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도급인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정대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이후 '건설공사 발주자' 개념이 도입되면서 현장에서 도급인과 발주자 구분에 대한 혼동이 있어 왔다"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해당 공사가 진행되는 장소와 통제 권한 등을 고려해 도급인의 책임 범위에 대한 넓은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도급인으로 판단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과 함께 적용돼 대표이사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