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계엄 여파에 경제지표 살얼음판"…금융권, 비상 대응 체계 가동

환율 사흘 연속 오름세…자기자본비율 관리 강화

"월요일 환율 급등 가능성" 제기

금융위, 이주 주요 금융지주 수장 회의 검토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사들은 유동성 관리와 자기자본비율 영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주요 금융지주 회장, 금융권 협회장, 정책금융기관장 등과 잇달아 만나 시장 안정과 불안 진정에 나설 계획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높아질 때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 건전성 핵심 지표로 자기자본에서 위험가중자산(RWA)을 나눠 계산된다.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날수록 자기자본비율은 낮아지는 구조다. 최근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외화 위험가중자산 비중이 늘어 BIS 지표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엄 사태 이후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위험 관리 시나리오 범위 내”라면서 “다만 향후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보수적인 위험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7일 오전 2시에 마감한 야간 거래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23원으로 주간 거래(전날 오후 3시 30분 마감) 종가보다 3.8원 상승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흘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환율 상승에 따라 은행권이 자기자본비율 관리에 나선다면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대출을 먼저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조치는 국내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련기사



비상계엄 정국이 탄핵 정국으로 돌아서면서 정치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다르시 신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아시아 금리 및 외환전략 공동책임자는 “탄핵 실패로 불확실성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월요일인 9일 외환시장 개장 이후 환율이 추가로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마저 불발해 원화(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8일 “비상계엄 및 탄핵안 부결 이후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으며 외국인투자가의 한국 원화 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에는 환율 상승 압력이 더 강해질 염려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금융사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불확실성에 대비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금융협회장, 정책금융기관 등이 모두 참석하는 금융시장점검회의를 검토하고 있다. 당국은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달라고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현장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9일에는 은행 여신·자금 담당 부행장 간담회, 10일에는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연달아 소집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5일에는 증권사 CEO 간담회를 열었고 6일에는 보험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 간담회를 개최했다.

증시와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준비된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와 4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 시행 시기도 검토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6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증안펀드와 관련해 “아직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사용되지 않았다”며 “추가 시장 혼란 시 다른 조치와 비상 계획들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공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