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입주했더니 영업 막혀"…부산콘텐츠비즈타운 '시끌'

84억 투입한 부산 기업지원센터

사업 목적·건축물 용도 다른 탓에

4개社 제작업 신고증 인증 못받아

엉성한 행정 처리에 불이익 생겨

지적일자…市, 뒤늦게 대책 모색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에 조성된 콘텐츠기업 육성 시설인 ‘부산콘텐츠비즈타운’ 전경. 사진 제공=부산시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에 조성된 콘텐츠기업 육성 시설인 ‘부산콘텐츠비즈타운’ 전경. 사진 제공=부산시




최근 문을 연 부산콘텐츠비즈타운(기업지원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이 부산시의 엉터리 행정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기업지원센터가 들어설 건축물 용도에 따른 업종을 확인하지 않은 탓에 애꿎은 입주기업의 영업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다.



10일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문을 연 기업지원센터에 입주한 21개 사 중 영상콘텐츠 관련 3개 사가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발급 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이 증명서는 특정 제품이나 용역을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하는 지를 증명하는 문서로, 증명서가 없으면 공공기관이나 보조금을 지원 받은 민간기업과 계약할 수 없다.




영상콘텐츠 기업들은 해당 증명서를 발급 받기 위한 필수 준비 서류이자 계약을 맺기 위해 필요한 ‘비디오물 제작업 신고증’을 교부 받으려고 부산진구청에 신고했으나 건물 용도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해당 신고증은 사업장의 건축물 용도가 2종근린생활시설이나 업무시설이어야 교부할 수 있는데 반해 해당 건물은 옛 동서대학교 사회교육원으로, 용도가 교육과 연구의 핵심 기반을 제공하는 교육연구시설이어서다. 출판 관련 업을 영위하는 1개 사도 영상콘텐츠 기업과 비슷한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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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기업지원센터 운영기관인 진흥원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이 건물을 임차해 국·시비 84억 원을 들여 증·개축을 했으나 관련 문제를 지난주에야 파악했다. 앞서 시는 공모 신청을 위해 2022년 8월부터 부산지역 대학의 유휴건물을 알아보다 동서대 건물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술융합형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구심점으로 만들겠다며 기업지원센터 조성사업을 2년 넘게 추진하면서도, 정작 사업 목적이 맞지 않는 용도의 건물을 선택하고 용도에 따른 제한업종을 알아보지 않은 셈이다. 협의를 통해 임대료를 저렴하게 책정하고 빌려준 동서대 측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이제 와서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건축법 또는 도시계획 상에 요건을 충족하도록 기부채납 등을 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콘텐츠 기업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기업지원센터와 창작에 무게를 둔 부산콘텐츠코리아랩, 창업을 지원하는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등 창작, 창업, 성장 단계별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시의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지역에선 엉성한 행정 처리로 빚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주공간을 만들면서 사업 목적과 별개인 용도의 건물을 선택해 입주 기업이 영업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사업을 진행해 시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와 진흥원은 부랴부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해결까지 시일이 걸릴 예정이어서 입주기업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84억 원의 혈세를 투입한 만큼 다른 건물로 옮길 수도 없는 형국이다. 시와 진흥원 관계자는 “부산진구청과 협의해 신고증 발급 문제를 풀어갈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용도 변경, 창업보육시설 지정 등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러 사안을 검토 중으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시는 콘텐츠 관련 기업의 성장을 위한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기업지원센터를 조성했다. 부산진구 양정역에 위치한 기업지원센터는 전체면적 7012㎡,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로 기업입주실, 복합문화공간, 회의실, 전시 공간 등을 갖췄다. 콘텐츠 솔루션, 지식서비스, 애니·웹툰·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기업들이 입주한 상태다.


부산=조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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