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그림자 대통령





“대통령은 한 명뿐입니다.”

2016년 11월 14일, 임기 중 마지막 해외 순방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말했다. 자신의 임기 말까지 대통령의 외교적 역할을 다할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한 말이었지만 1주일 전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경고이기도 했다. 이듬해 1월 20일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미국의 외교정책은 자신의 소관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4년 만에 재집권하게 된 트럼프 당선인은 이제 대놓고 외교 무대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입지를 끝까지 지켰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임기를 약 40일 남겨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진작에 존재감을 잃고 후임자 견제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이달 7일 바이든이 불참한 프랑스 노트르담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3자 회동을 가졌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등이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줄줄이 방문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트럼프가 겨울 백악관에서 ‘그림자 대통령(shadow president)’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했다. 트럼프가 2021년 대통령 퇴임 후에도 줄곧 국제 정치에서 ‘그림자 대통령’ 역할을 해왔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핀란드 주미대사는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위한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마러라고를 찾았다.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등 무수한 해외 정상들도 그동안 트럼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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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과 친분을 쌓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안보 정책에 대비하려는 외교 레이스가 치열한 와중에 우리나라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국제 무대에서 고립된 상태다. 정상 외교 공백이 커지지 않으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조속히 퇴진하고 국가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한다.

신경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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