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10대 스토리_ 승리욕과 비매너의 경계, 그 애매함에 대하여[10 GOLF STORIES in 2024]<4>

패배의 분을 이기지 못한 김주형의 행동으로 인해 떨어진 건 로커룸 문짝만이 아니었다

김주형. AFP연합뉴스김주형. AFP연합뉴스




2024시즌 하반기 골프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 중 하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3승을 기록한 김주형의 ‘로커룸 문짝 파손’ 해프닝이다.



사건이 발생한 건 10월 27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 로커룸. 당시 김주형은 그 코스에서 DP월드 투어와 KPGA 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또 다른 한국인 PGA 투어 멤버인 안병훈과 우승 경쟁을 벌였다. 최종 라운드 막판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연장에 끌려간 김주형은 보기를 범해 우승컵을 안병훈에게 내줬다. 코스에서는 2024 파리 올림픽 대표팀 일원인 선배를 축하해줬지만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서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그만 로커룸 문짝을 파손하고 말았다. 김주형의 이름이 적힌 로커룸의 문이 내려앉은 사진이 퍼지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상황에 대해 김주형은 “고의로 손상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DP월드 투어와 KPGA에 연락해 사과를 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셜미디어에 영문 사과문을 게재하는가 하면 케이블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 측은 “문짝이 파손된 것이 아니라 경첩 부분의 경미한 손상이었다”며 따로 비용 청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대해 진상을 파악한 KPGA 측은 이후 김주형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했다. 11월 6일 경기 성남의 KPGA 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에서는 김주형에 대해 ‘경고’ 징계를 내렸다. KPGA는 김주형이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선수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한 점과 재물 손괴의 정도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김주형은 상벌위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소명서를 제출했다. 그는 소명서를 통해 우승을 놓쳐 기분이 상한 나머지 거칠게 로커의 문을 잡아당겼던 사실을 인정했다.

PGA 투어의 대표적인 영건 중 한 명인 김주형은 넘치는 패기와 승리욕, 다이내믹한 스윙과 경기력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차례 감정적인 경기 매너로 구설에 올랐다. 올 8월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친 뒤 퍼터로 그린을 내리찍어 비난을 샀다. 9월 프레지던츠컵 때는 미국 선수들이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가 미국팀의 짐 퓨릭 단장과 잰더 쇼플리를 찾아가 사과하기도 했다.

전례와 비교해 이번 행동이 더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화풀이로 자신의 클럽이나 물건을 망가뜨리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일반 골퍼도 사용해야 할 골프장의 기물을 파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징계 이후 김주형은 소셜미디어에 “단순히 우발적인 해프닝이라고 여겼던 일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께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앞으로 언행 하나하나에 오해나 비난의 소지가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겠다”고 적었다.

실력과 개성에다가 그의 말처럼 사려 깊은 언행까지 더해진다면 ‘톰 킴’ 김주형의 질주를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종호 기자 사진 제공=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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