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비상계엄에 '평양 무인기' 미스터리 재조명…"軍이 보냈을 가능성 유력" 분석도

軍, 선택적인 '전략적 모호성'…김용현 전 장관도 말 바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관계자들은 "말씀드릴 수 없다' 일관

"북한 자작극 가능성 낮아…비행 거리, 부속품 잔해가 근거"

지난 10월 북한이 ‘남한이 띄운 무인기’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지난 10월 북한이 ‘남한이 띄운 무인기’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드론을 평양에 보냈습니까? 평양까지 조종 가능합니까?”(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모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

“누구에게서 평양 무인기 침투를 지시 받았습니까.”(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확인해드릴 수 없습니다.”(김용대 사령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평양 무인기가 도마에 올랐다. 우리 군이 ‘계엄 유도용’으로 지난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한 것 아니냐는 질의가 잇따랐다. 군은 이에 대해 ‘말할 수 없다’,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긍정도 부정도 않는(NCND·) ‘전략적 모호성’으로 기밀을 지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선택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이용하는 행태도 비춰지고 있다.



평양 무인기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10월 11일이다. 북한 국방성은 당시 “평양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한국 군부의 드론작전사령부에 장비된 ‘원거리 정찰용 소형드론’으로서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차량에 탑재돼 공개됐던 무인기와 동일한 기종”이라고 밝혔다. 또 추락한 무인기의 비행 조종 프로그램에 남은 2023년 6월~2024년 10월 사이의 238개 비행계획·이력을 확인한 결과 모두 한국 영역 내에서 비행한 자료라고도 주장했다.

이 때도 우리 군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경제적, 국제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또 한 차례 자작극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무인기 논란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에서 받았다는 제보를 인용, 평양 무인기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계엄 사태를 지휘한 김 전 장관이 계엄을 준비하면서 무인기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만큼, 무인기로 북한을 도발해 의도적으로 ‘전시 상황’을 연출하려는 시도였다는 이야기다. 박 의원은 김 전 장관이 오물·쓰레기 풍선에 대해 원점 타격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 10일 국방위에서는 이러한 의혹을 둘러싸고 다양한 질의가 이뤄졌지만, 군 관계자들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했다. 군사 작전이나 시설, 장비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물론 기밀이다. 그러나 불법 비상계엄의 전말을 밝히는 과정에서 전략적 모호성이 선택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이 오물·풍선 쓰레기를 날린 지점을 ‘원점 타격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 합동참모본부는 즉각 “그러한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평양 무인기에 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여전히 의혹이 남았다. 김 전 국방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10월 11일 당일 국정감사 도중 무인기에 관한 질문을 받고 “그런 적(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50여분 뒤에는 다시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 /서울경제 DB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 /서울경제 DB


이와 관련해, 무인기가 실제로 우리 군의 것일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이전에는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했지만 10월 당시에도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 우리나라 민간에서 보냈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다"며 “군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평양까지 왕복 300~400㎞를 비행하는 드론을 민간에서 생산할 이유는 없다는 점 ▲육상이든 해상이든 군사분계선을 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이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 ▲흉내낼 수 없는 부속품 잔해까지 북한이 공개했다는 점 등이 근거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생김새로 보면 국군의 날 행사 때 공개된 모델과 외양이 거의 동일한데, 특히 북측이 공개한 잔해 속 부속품까지 똑같다는 것은 진짜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이 평양 무인기를 보낸 것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늦어도 10월부터 계엄을 준비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 가운데 계엄에 연루된 군 고위관계자들이 각종 군사 기밀을 자발적으로 드러내는 촌극도 빚어지고 있다.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국방위에서 윤 대통령의 합동참모본부 방문 여부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휘통제실, 전투통제실의 위치를 상세히 설명하려다 오히려 의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각 시설의 정확한 층수와 용도 등을 밝히던 그는 “군사 기밀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라는 의원들의 지적을 받고 멈췄다. 국방위는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된다.


유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