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의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캐나다는 금리 인하에 나서는 반면 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에서는 급격한 헤알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큰 폭으로 금리를 끌어올렸다.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은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익일물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3.75%에서 3.25%로 50bp(bp=0.01%포인트) 내렸다. 올해 캐나다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선 6·7·9·10월에 이은 다섯 번째다. 최근 기업 투자가 줄고 성장이 둔화하자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 티프 매클럼 캐나다은행 총재는 ‘트럼프 리스크’를 언급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는 앞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취임 후 캐나다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이 대미 무역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만큼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캐나다 경제가 받을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클럼 총재는 25% 관세를 거론하면서 “매우 파괴적이며 커다란 불확실성의 원인”이라며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캐나다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캐나다의 금리 인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학자들은 트럼프가 무역협정을 파기할 경우 캐나다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브라질은 같은 날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인 셀릭(Selic)을 12.25%로 결정하면서 기존 대비 금리를 100bp나 올렸다. 9·11·12월 등 세 번 연속 금리를 인상한 브라질 은행은 추후 두 번 더 금리를 100bp씩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 기준금리는 내년 3월 14.2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경제가 어려운 데다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금리를 대폭 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브라질의 현 물가 상승률은 4% 후반대로 당국의 목표치(3%)를 웃돌고 있다. 헤알화 가치도 올해 들어 약 20%(미 달러 대비)나 떨어졌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 관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최고 지도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미국의 무역 관세 인상에 대비해 위안화 약세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현재의 7.25위안 수준인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7.5위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