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에 동조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조지호 경찰청장이 계엄 당일 자신의 비화폰(보안폰)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를 하며 직접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12·3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국수본 건물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국수본 관계자는 “조 청장이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6번의 통화를 진행했으며, 통화는 비화폰으로 이뤄졌다”며 “윤 대통령과 조 청장 모두 비화폰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비화폰은 도청방지 휴대전화로, 높은 수준의 암호화 기술이 적용돼 보안 수준이 높다. 통화 녹음 및 녹취도 되지 않을 뿐더러 일반적인 방식으로 디지털포렌식도 제한적이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또한 비화폰을 사용했으며, 해당 휴대전화는 이번 사태의 ‘스모킹건’으로 불릴 만큼 핵심 증거로 지목되고 있다.
국수본은 “조 청장은 특수단에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를 냈으며, 비화폰은 조 청장이 임의제출을 거부해 이달 11일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할 때 집무실에서 확보했다”며 “비화폰의 서버는 경찰청에 없으며, 서버 위치는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조 청장은 계엄 당시 김봉식 서울경철청장과 통화를 9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청장과의 통화는 모두 개인 휴대전화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비화폰을 사용했는 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조 청장은 경찰청장에 임명된 뒤로 비화폰을 지속해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 청장은 이달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경력을 파견해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에 출입하려는 국회의원들을 막아 내란에 동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력을 보낸 의혹도 받는다.
앞서 조 청장은 이달 10일 오후 4시부터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11일 오전 3시께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12일 조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고, 검찰은 13일 새벽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3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청장과 김 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