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실효 지배 중인 시리아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장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 직후 골란고원에 지상군을 대거 투입하면서 영토 확장 야욕을 드러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골란고원에 정착촌을 확장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시리아가 반군에 점령된 후 시리아 국경에 새로운 전선이 열렸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골란고원 교육과 신규 이주자 유입 등에 1100만 달러(약 158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골란고원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80% 이상을 점령하면서 사실상 점유해왔다. 현재 골란고원에는 30개 이상의 이스라엘 정착촌이 마련돼 있으며 이스라엘 국민 3만 명과 대부분 드루즈족으로 구성된 시리아인 약 2만 명까지 총 5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골란고원의 영유권을 주장해온 네타냐후 총리는 “정착촌 인구를 두 배로 늘리겠다”며 “골란고원을 강화하는 것은 이스라엘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정착촌 확장안은 앞서 시리아 반군이 자국 내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앞서 시리아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지도자인 아부 모하메드 알골라니는 이스라엘에 대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권력 공백을 틈 타 시리아 정부군의 무기가 반군에 넘어갈 우려가 있다며 시리아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정착촌 확대 계획에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아랍국들은 시리아의 혼란을 틈 타 영토 점령을 확대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으로 확장될 어떠한 이유도 찾지 못했다”며 “시리아 반군과 맞서 싸울 필요가 없길 바란다”고 규탄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우호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소식을 전하며 “트럼프와 이스라엘이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을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것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고 중요한 대화를 나눴다”며 시리아 사태와 이란과 헤즈볼라 대응, 가자지구 인질 석방 협상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당선 이후 4번이나 통화하며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