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평화의 방벽쌓는 '한일교사대화'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한국 사람들은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말 많이 싫어하나요.”



한국의 고등학교를 방문해 교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던 한 일본 교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가 어떻게 답할지 긴장되는 가운데,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답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한국 학교에서 진행되는 일본 관련 역사수업, 한국 학생들이 생각하는 통일, 세계시민으로서 청소년의 역할 등에 대한 열띤 대화로 이어졌다. ‘한일교사대화’ 사업에 참가한 일본 교사들은 한국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듣고, 한국 교사들과 기탄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큰 감동을 느꼈다고 소회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라는 유네스코 헌장의 문구처럼, 한국과 일본 교사 간 국제교류사업인 ‘한일교사대화’ 는 지난 24년 동안 양국의 교육현장에 평화의 방벽을 쌓아왔다.



이 사업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채택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및 2000년 한일 교육장관회의 후속 사업으로,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위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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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민간 상호이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국 교사의 상호이해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같은 인식을 공유해 양국 교육부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가 2001년부터 협력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일간 정치적 갈등 상황이나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중단 없이 지속된 한일 교사 간 최장 교류 사업이다. 한일 양국의 사회문화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양국 정부와 민간의 의지를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의 교사는 양국 교육현장을 서로 방문해 교사∙학생들과 교류함으로써 함께 미래교육을 모색하고, 자신의 교육현장에 돌아와 양국의 우호를 증진하며 평화를 확산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사업에 참가한 한국의 교직원 30명은 소속 학교와 기관에서 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 3521명과 함께 후속활동과 교류를 이어갔다. 교사 한 사람의 경험이 교육현장의 다양한 시민에게 확산되는 것이다.

한일 교사 교류를 계기로 양국 학생 간 국제교류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평화, 지속가능발전, 문화다양성 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양국 유네스코학교 간 국제교류를 통해, 학생들은 서로의 문화를 체험하고,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의 방식을 경험한다. 온라인 실시간 공동수업, 동영상 교환을 통한 문화 소개 등 다채로운 방식의 국제교류를 진행하면서 양국 담당교사 간 협력과 연대도 두텁게 쌓인다.

특히 2025년은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이면서,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한일교사대화 사업은 25주년을 맞이하며, 평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양국 교사가 더욱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넓은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가깝고도 먼 한국과 일본, 그간의 역사를 오롯이 마주하고 함께 평화의 방벽을 두텁게 쌓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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