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왔던 은행권이 연말 들어 대출 문턱을 다시 낮추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7일부터 미등기된 신규 분양 물건지에 대한 전세대출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을 각각 재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같은 날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그동안 중단했던 주담대 모기지보험(MCI) 취급을 재개하고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다시 접수한다.
이 같은 완화 조치는 내년 실행되는 대출부터 적용된다.
이 밖에 내년부터는 연 소득 100% 내로 제한했던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풀고 비대면 대출 판매도 재개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 폭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올해 하반기 이후 가산금리를 인상하며 대출 증가세를 조절해왔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금리 인하기에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행위를 좋게 보지 않자 1주택 보유자 전세대출 제한을 포함한 비가격적 제한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도 대출 신청을 받기 위해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한은행은 주담대 대출 기간 만기 제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한 조치와 유주택자의 신규 구입 목적 주담대 취급 중단 조치는 현행대로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도 계속 중단한다.
다른 주요 은행도 옥좼던 고삐를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년이 되면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대출 신청 기간을 고려해 이달 중으로 규제 완화 발표가 잇따를 것”이라며 “대출 절벽에 불편을 겪었던 고객들도 한시름을 놓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이달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우리은행도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 중단을 이달 23일 해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를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했다.
시장금리가 하향 추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대출자들은 은행권이 수차례 높였던 가산금리를 다시 인하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는 10월(3.37%)보다 0.02%포인트 낮은 연 3.35%로 집계됐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코픽스가 하락 추이를 보이면서 시중은행도 이를 반영한 주담대 금리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