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 7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외교·안보 책사’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가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에 기반해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친 사람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그곳으로 걸어가 김정은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며 미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을 두고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복귀하면 북한과 다시 정상 외교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리넬은 1966년생으로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 소재한 에반젤대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1~2008년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에서 공보·공공 외교 업무를 담당하며 대변인으로 일했다. 당시 그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4명의 주유엔 미국대사와 호흡을 맞추며 외교 경력을 쌓았다. 이후 국제 전략 컨설팅 업체인 ‘캐피털미디어파트너스’를 설립해 외교·안보 자문 사업을 하면서 폭스뉴스 등에서 논객으로 활동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와 인연을 맺은 그리넬은 트럼프 1기(2017~2021년) 행정부에서 주독일 대사,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 세르비아·코소보 평화협상 대통령 특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20년 6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검토했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올해 대선 기간에도 “미국의 보호를 원하면 청구서대로 지불하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그를 “나의 책사” “위대한 전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그리넬 전 대사를 북한 등을 담당할 대통령 특별임무대사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 직접 대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반도 외교안보 관련 논의에서 미국이 한국을 ‘패싱’해 북한과 협상에 나서는 일이 없도록 범정부 차원의 네트워크를 가동해 총력 대응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