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재판 지연 목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 대표의 법관 기피신청을 정식 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의 4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며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법관 기피신청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사실상 이 대표 측의 기피 신청을 인용한 셈이다.
재판부는 “내부 검토 결과 간이 기각 요건이나 소송 지연 목적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본건 재판 중 이재명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절차가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재판은 법원에서 인용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중단된다. 결과에 따른 항고 여부에 따라 대법원까지 판단이 내려지면 약 2~3개월 정도 재판이 정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이달 13일 재판부에 법관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제18조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경우 검사나 피고인이 법관을 기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이날 “해당 재판부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사건에서 이재명에 대한 유죄 예단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며 공정한 재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공범 유죄 판결을 이유로 법관 기피신청이 인용된 전례는 없다”며 “피고인이 기소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도 밝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전 부지사는 같은 사유로 기피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며 “뒤늦게 신청을 하는 것은 재판 지연을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보다 앞서 지난달 8일 해당 재판부에 법관 기피신청을 냈지만, 같은 달 25일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에서 기각 결정이 나왔다. 현재 이 신청은 이 전 부지사의 항고로 수원고법에서 심리 중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와 함께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공판준비 절차를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김성태 피고인을 굳이 분리해서 심리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른 피고인들의 기피신청 결과가 정리되면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2019년 김 전 회장에게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방북 의전비 3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로 올 6월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