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레거시 반도체(범용 반도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다. 이번 조사는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또는 수입 금지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나, 최종 결정은 내달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릴 것으로 괸측된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워싱턴DC에 위치한 무역 관련 협회는 최근 회원들에 최근 보낸 소식지에서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해 통상법 301조에 따라 조사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통상법 301조는 1974년 제정한 통상법 중 불공정 교역에 대한 규제 관련 조항이다. 이 조항은 무역협정 위반이나 통상에 부담을 주는 차별적 행위 등 불공정 무역 관행 국가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단독으로 관세 부과를 비롯한 각종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상무부는 연초 미국 기업을 상대로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지난 6일 공개한 이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들의 제품 66%에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가 사용됐거나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업의 44%가 자사 제품에 포함된 반도체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혀 중국산 반도체 공급망의 투명성과 관리 부족 문제를 노출했다. BIS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향후 3~5년 내 신규 레거시 반도체의 50%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과도한 공급망 의존 우려, 사이버 위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무부는 11월 21일 다른 정부 기관에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 문제를 공유했는데, 당시에는 국가 안보 위협에 집중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상무부는 당시 대부분의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가 다른 제품에 포함돼 수입된다는 이유로 '중국산 반도체가 포함된 모든 수입 제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조사를 통해 상품 전체가 아닌 반도체 부품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부품 관세'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한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 측의 판단이다. 전직 백악관 당국자인 피터 해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TV 또는 기타 전자 장치에 내장된 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