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일본 3대 은행과 만나 한국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비상 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도 최근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며 한국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17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일본에 머물며 미쓰비시UFJ(MUFG)그룹 최고경영자(CEO), 미쓰이스미토모(SMBC)은행장, 미즈호은행장 등 현지 3대 은행 경영진과 만나 밸류업 등 자본시장 역할 강화를 위한 한국 금융 당국의 정책 추진 현황을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들 금융 기관 인사뿐 아니라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 최고투자책임자(CIO)와도 면담했다. 이 원장은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중국의 성장 둔화,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 두 나라의 금융 산업이 공통으로 직면한 현안에 관한 일본 회사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원장은 “최근 우량·대기업을 중심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조만간 시장에 안착될 것”이라며 “기업의 밸류업 노력을 체계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책임 있는 기관 투자 원칙에 관한 지침) 개정, 주주이익 보호 원칙 도입, 자사주 제도 개선 등 시장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원장은 또 최근 국내 정치 불안 상황과 관련해 일본 금융 기관을 안심시키는 발언도 내놓았다. 이 원장은 “한국의 경제·금융 시스템은 견고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정치적 혼란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되면서 실물 경제 하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으나 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경제·금융 시장은 정상 작동 중이니 일본계 금융 회사는 투자 환경 악화를 걱정하지 말고 한국에 대한 영업 활동을 계속 지원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출장 기간 일본 밸류업 우수 기업인 TSI홀딩스의 재무총괄책임자(CFO)와 만나 기업가치 제고 성공 사례를 직접 듣기도 했다. 이 원장은 “구체적인 밸류업 계획 공시를 통해 시장 신뢰 확보는 물론 행동주의 펀드 등과의 중장기적인 협력 관계 구축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