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 주 주말에는 취소표가 많이 나와 놀랐지만 지난 주말부터 다시 예매가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국내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상계엄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연말 특수는 물 건너 간 데다 자칫 상황이 장기화 되면 새해 공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연계는 TV로 자주 노출된 스타 배우들을 앞세워 내년 초 예정된 공연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티켓 취소 쏟아진 12월…연말 특수 놓친 공연계
17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월 들어 16일까지 총 티켓 예매액은 566억 219만 원으로 작년 동기(626억 3675만 원) 대비 10% 가량 감소했다. 전체 티켓 예매수에서 취소분을 뺀 ‘총 티켓 예매수’는 109만 3409건에서 89만 9093건으로 18% 가량 줄었다.
통상 12월은 1년 중 공연계의 최대 대목으로 여겨진다.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 공연이 연이어 막을 올리고, 수요가 몰려 공연 예매는 하늘의 별 따기다. ‘크리스마스 스테디셀러’로 불리는 발레 ‘호두까기인형’만 해도 전국적으로 70여 개의 공연이 무대에 오를 정도다.
그런데 올해는 때 아닌 정치 이슈로 공연계가 한파를 맞았다. 공연계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하면서 12월의 절반을 날려버렸다. 실제로 12월의 티켓예매 취소는 125만 8000건이었던 11월의 절반을 넘어선 75만 1621건을 기록했다. 3일 당일에는 밤 늦은 시간 계엄 선포가 있었음에도 전국에서 9만 1933건의 티켓 예매 취소가 이뤄졌다. 당일 예매된 티켓 13만 9390건의 65%에 달하는 규모다.
이후 계속해서 4만~5만 건을 유지하던 공연예매 취소 건수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에 들어서야 3만 건 대로 떨어졌다.
새해 준비하자…스타 배우·유명 원작으로 절치부심
하지만 이미 연말 특수는 놓친 상황. 공연업계는 올해 공연은 포기하고 내년 새로 개막하는 공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우선 연극계는 스타 배우를 앞세워 흥행에 성공한 올해의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유명한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 연초부터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내달 15일부터 3월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해당 공연에는 초연 무대에 섰던 한혜진, 박하선, 임수향과 함께 홍은희, 유이, 소주연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미국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토머스 H.쿡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붉은낙엽’에는 연극 ‘햄릿-더 플레이’ 이후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김강우가 무대에서 선다. 뮤지컬 중에는 내달 17일 개막하는 ‘베르테르’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00년 초연한 이 작품은 배우 전미도가 2015년 공연 이후 10년 만에 여주인공 ‘로테’로 무대에 설 것을 예고한 상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내달 3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025 신년음악회’를 연다. 이는 국립극장의 대표 신년 프로그램으로 JTBC ‘슈퍼밴드2’에서 이름을 알린 비브라포니스트 윤현상을 비롯해 국립국악관현악단 홍지혜 단원, 국립창극단 소속 이광복, 최용석, 유태평양, 김수인 등이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