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전투경험 없는 북한군, 드론보며 '멍'…낯선 무기에 속수무책 [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북한군 좀비처럼 달려들어 손쉬운 표적”

“드론 정보 전달 안 돼 위협성 이해 못해”

우크라 군 편제에 드론 부대 첫 통합 운용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포착된 북한 군인 모습. 연합뉴스우크라이나군 드론에 포착된 북한 군인 모습. 연합뉴스




전투 경험이 없는 북한 군인들이 인명 살상용 드론과 집속탄 등 ‘낯선’ 무기에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모습이 영상과 사진 등으로 잇달아 공개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소속 군인의 증언을 공개했다. RFA에 따르면 제8특수작전연대는 페이스북에 50명의 북한 군인을 사살했다며 드론 공격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1인칭시점의 드론과 마주치자 도망가거나 나무 뒤로 숨었다.

제8특수작전연대 소속 군인의 한 군인은 “200명 정도가 우리 기지를 향해 다가왔다. 그들은 드론이 오가는 가운데 총을 쏘며 좀비처럼 다가왔다”며 “우리에겐 손쉬운 표적이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 진짜 좀비 같았다”고 말했다.

RFA는 북한군의 전투에 대해 “1950~60년대 전형적인 소련군대의 전투방식”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은 1인칭시점 드론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며 “땅에 엎드리거나 나무 뒤에 숨어있다면 그들을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원격조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국가안보 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는 “사망한 북한 병사들은 드론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이는 전선에서 러시아가 북한군에게 드론과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자신의 엑스에 드론으로 찍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담긴 영상을 게시했다. 젤레스킨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우리는 북한군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북한군이 이 전쟁에서 죽을 이유는 없다. 그 유일한 이유는 전쟁을 부채질한 푸틴의 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도 북한군 수백명이 우크라이나군과 전투 중 사상했다고 확인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군 당국자는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하다가 사상자가 수백명을 냈다고 밝혔다. 익명의 이 당국자는 북한군 사상자의 계급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하급 군인부터 가장 높은 계급에 아주 가까운 군인까지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드래건 드론’의 러시아군 전차 공격 모습. 사진 제공=우크라이나 국방부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드래건 드론’의 러시아군 전차 공격 모습. 사진 제공=우크라이나 국방부



북한군의 인명 피해는 공개된 영상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 산하 ‘거짓정보 대응센터’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그들(북한군)은 지금 러시아인들과 섞여 허우적거리고 있다. 지난 이틀간의 공격으로 손실은 수백 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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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낯선’ 무기인 1인칭 시점 드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주장이다. FPV는 1대당 약 500달러(약 70만원)에 매달 수만 대씩 생산되고 있다. 최대 시속 15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가성비 높은 자폭드론으로 전장에서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영상으로 봐도 자폭드론의 효율성은 증명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1인칭 시점 드론’(FPV)으로 북한군 장병과 이들의 장갑차, 자동차, 전지형차 등을 공격한다. 군인들이 드론을 피해 나무 사이로 달아났지만 계속 쫓아오는 드론에 차례로 한 명씩 정조준당하자 겁에 질린 표정으로 드론을 멍하니 쳐다보는 장면도 있다.

또 전투 현장에서 집속탄(확산탄)이 터져 북한 군인들이 무더기로 숨지거나 다치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있다. 집속탄은 폭탄 안에 수십∼수백개의 새끼 폭탄이 들어 있어 주변을 마치 ‘강철비’ 처럼 뒤덮어 버리는 무기로 살상 능력이 매우 크다.

주목할 사실은 우크라이나 군은 드론 부대를 확대하고 젊은 드론 조종사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초로 드론 부대를 여단에 통합시켰다.

이런 부대 개편 덕분에 드론 부대원의 대다수는 군 복무 경험이 없는 20대로 상명하복과 같은 군대 문화에도 잘 적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전장에 투입되는 다른 부대원과 달리 상대적으로 먼 곳에서 일해 안전하기도 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이들은 마치 장거리 살상을 실제 전쟁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비디오 게임처럼 여기며 뛰어난 전공을 올리고 있다고 은 보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드론을 맞닥뜨린 러시아군은 종종 죽은 척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재채기를 하거나 눈을 깜빡이는 순간까지 포착해 잡아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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