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둔기로 폭행해 살인한 대형 로펌 출신의 미국 변호사가 2심에서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1부(박재우·김영훈·박영주 부장판사)는 18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 모 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원심 유지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1심과 2심 모두 현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들고, 피해자 동료 지인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원한다”며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는 현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 씨는 자신이 먼저 공격받게 되자 이를 막기 위해 피해자를 가격하면서 생긴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출한 녹음 파일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평상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생긴 불만이 복합적으로 쌓여 살인이 일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아내를 폭행하는 데 사용한 쇠 파이프가 고양이 장난감으로서 흉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사용한 쇠 파이프는 지름이 2~2.5㎝·길이 35㎝로, 휘두르면 무게감이 있고 맞는 사람으로선 상당한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크기, 재질, 강도, 사용 방법 등을 고려할 때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 흉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현 씨는 지난해 12월 이혼 소송 제기 후 별거 중인 아내를 둔기로 여러 차례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올 5월 선고에서 “사건 수법이 너무 잔혹하고 자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