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中 BYD, 국산보다 수백만원 낮춰 덤핑…'관세장벽' 높여 방어막 친다

■정부, BYD에 첫 상계관세 검토

동급 최저가 BYD 출격땐 車 타격

화학·철강·배터리도 무차별 잠식

관여 자제했던 韓, 적극대응 선회

일각선 "美·EU 비해 늦었다" 지적

中비중 커 상계 신청여부도 미지수





정부가 19일 중국 전기차 브랜드인 ‘비야디(BYD)’에 대해 보조금 상계관세 조사를 시사한 것은 국내 산업을 위협하는 중국발 공급과잉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내수 시장을 장악한 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저가의 제품들을 전 세계로 밀어내며 성장을 지속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문제는 석유화학과 철강 등 전통 산업부터 배터리·전기차 등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 주요 산업이 그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국가 간 무역 갈등이 증폭되면 수출 주도형 산업국가인 우리나라에 유리하지 않다고 보고 직접적인 관여를 자제해왔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보조금 등 불공정한 경쟁으로 국내 산업에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상계관세 등 무역 조치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국발 밀어내기 수출을 단기에 막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내년 1월부터 BYD가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하면 국내 전기차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올 들어 대중화 시장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 기아 EV3와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이 출시되면서 3000만~4000만 원대 전기차 시장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올 8월 인천 청라 아파트의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 수요가 잠시 위축되기도 했지만 대중화 모델들이 성공해야 전기차 시장의 저변도 넓어질 수 있다.

문제는 현대차·기아 등 국내 업계가 어렵게 구축 중인 전기차 시장 대중화의 과실을 BYD가 모두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BYD는 아직 공식적인 출시 모델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내년 1월 행사에서 3종 정도의 출시 차량을 공개할 예정이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 중형 세단 ‘씰(중국명 하이바오)’, 해치백 ‘돌핀’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아토3의 중국 내 가격은 2000만~3000만 원대다. 국내 출시 가격은 일본(3900만 원)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쟁 차종인 EV3의 판매 가격(4200만 원)보다 최소 300만 원 이상 저렴하다. ‘씰’의 가격도 4000만 원 중반대인 아이오닉5·6보다는 낮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부터 출발해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 버스가 낮은 출시 가격에 정부 보조금까지 더해져 급성장하면서 국내 전기버스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했다”며 “BYD 역시 중저가 전기차를 시작으로 시장을 잠식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은 이미 중국발 저가 수출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4대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LG화학과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3개 기업은 올해 3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흑자를 낸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익이 22.7%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빅4’ 석유화학 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평균 70~80%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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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업계도 중국의 밀어내기식 수출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철강 수입은 2020년 600만 톤에서 올해 1~9월 900만 톤까지 증가했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철강 부문인 포스코의 3분기 실적이 매출 9조 4790억 원, 영업이익 4380억 원으로 각각 지난해 3분기보다 2.0%, 39.8% 감소했다. 포스코 1선재공장 폐쇄, 현대제철 포항2공장 폐쇄 등도 모두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 증가의 여파와 관련이 있다.

배터리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지배력이 높은 흑연 기반 음극재 분야의 타격이 크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 음극재를 양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의 세종 음극재 공장 가동률은 최근 10%대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중국의 과잉 공급에 맞서 수입규제를 강화했다. 미국은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전통적 무역 구제 조치와 더불어 무역확장법 232조 및 통상법 301조 조치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EU도 특정 기업 대상 반덤핑 조치를 주로 활용해왔지만 최근에는 보조금 조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의 빠른 잠식에 대응해 반보조금 조사를 통해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5년간 7.8∼35.3%포인트의 추가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기존 일반 관세율 10%까지 더하면 최종 관세율은 17.8∼45.3%다. 인도·칠레·브라질·멕시코 등 신흥국들 또한 수입규제 조치를 잇달아 발표하며 중국산 공급과잉 대응에 나섰다.

중국 업체의 보조금에 대해 정부가 상계관세를 부과할 있다고 밝혔지만 기업이 신청할 때만 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과잉 등의 여파로 업황이 너무 어려워 반덤핑 대응을 하고자 하는 마음도 크지만 이는 중국 사업을 포기할 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최근 정부에 무역 구제 신청을 한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사업 비중이 작거나 거의 없는 기업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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