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분할·합병 무산된 두산그룹, 수소·반도체 사업 재편 택했다 [헤비톡]

두산 퓨얼셀파워‧DMI 합쳐

테스나도 자회사 엔지온 흡수

두산타워 전경두산타워 전경




두산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수소와 반도체 사업에서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두산밥캣·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 계획이 무산되자 계열사 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두산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에게 퓨얼셀파워BU 사업을 양도하기로 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양도가액은 1044억 원이다. DMI는 이번 사업양수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34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고 내년 2월 말까지 거래를 마칠 예정이다.

퓨얼셀파워BU와 DMI는 그간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를 기반으로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해왔다. PEMFC는 빠른 가동성과 높은 에너지 전환 효율, 저온 동작으로 인한 소재 내 구성 및 구동 안정성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모빌리티에 활용돼왔다.

이번 사업양수를 통해 새롭게 출범하는 DMI는 PEMFC 원천기술을 확보하면서 운영 효율화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예정이다. 특히 건물용 수소연료전지와 소형 항공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쟁력을 모두 보유하게 된 DMI는 건설기계 및 이동식 수소 충전 장비, 중소형 선박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중형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김종선 DMI 대표는 “각 분야별 전문성과 경험 공유로 신규 연구개발(R&D) 개발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조직의 운영효율성이 향상돼 신속한 의사결정도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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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스템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분야 국내 1위 기업인 두산테스나도 자회사 엔지온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합병 예정기일은 내년 2월 28일이다. 두산테스나가 올해 2월 인수한 엔지온은 이미지센서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이다. 반도체칩 선별 및 재배열, 웨이퍼 연마, 절단 등 반도체 후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테스나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향후 후공정 턴키 수주 대응, 운영효율성 제고, 영업 경쟁력 강화 외에도 신규 고객사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이 지난 10월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과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두산그룹이 지난 10월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과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


한편 두산그룹은 지난 7월부터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 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는 대규모 분할·합병을 계획했다. 원자력 발전과 협동로봇, 인공지능(AI)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급락하며 이달 초 끝내 무산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이 원인이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 회사의 주주는 회사가 사전에 정해 고지한 가격에 보유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만 890원을, 두산로보틱스는 8만 472원을 주식매수청구 가액으로 제시했다. 시장 가격이 매수청구 가액과 비슷하거나 높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두산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처럼 주가가 낮을 경우 주주들이 주식매수 청구에 응할 유인이 커졌다.

두산은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사전에 정해둔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예상보다 큰 비용을 안게 돼 분할합병을 강행하더라도 실익이 사라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6000억 원으로,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 원으로 주식매수청구 한도를 설정했다.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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