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 국내 법조 시장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과 경기 침체에 따른 인수합병(M&A) 등 산업계 지각 변동이 꼽혔다. 국내 경제가 침체 국면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2.0 시대’ 도래 등 국내외 경기 불안 요소가 늘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자산 매각 등 사업 개편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광장·김앤장·세종·율촌·태평양·화우(가나다순) 등 국내 6대 대형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 응답)를 실시한 결과 6명 가운데 3명이 내년 법조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과 경기 침체에 따른 M&A를 제시했다. 2명의 대표 변호사는 이사의 주주 책임 강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상법 개정을 지목했다.
이명수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미국 우선주의, 관세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로 국제 무역 질서에 여러 변화의 조짐이 보이며 글로벌 경제 위기론이 고조된 상태”라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리인하 기대, 금융시장 불안정 완화,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의 드라이파우더(미집행약정액) 증가, 인수금융 조달 환경 개선 등으로 올해 말부터 M&A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주요 기업들의 비(非)핵심 사업 매각과 계열회사 통폐합 등 사업 개편이 마무리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다면 내년에는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는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이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에 대한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필요성 증가 등 산업계 변화가 M&A와 해외 투자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트럼프 2.0 시대 도래 등 대내외 불안 요인 증가가 국내 기업의 사업 개편 등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게 M&A 시장에는 다소 훈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국내 법조계의 내년 ‘실적 기상도’에 대해서는 ‘대체로 안정적' 또는 ‘소폭 성장세'로 전망했다. 정계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면서도 “금융 시장의 안정과 금리 인하에 따른 투자 심리 회복 등으로 대체적으로 안정적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강석훈 율촌 대표 변호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글로벌 무역 기술 장벽이 높아지는 한편 새로운 규제 신설이 예상된 데 따라 각국 통상 관련 자문 업무가 증가할 수 있다”며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M&A 도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내년 법률시장이 ‘다소 침체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오종한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추세·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등은 국내 경제의 어려움으로 다가와 투자·M&A 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기업 자문 분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탄핵 정국 등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외국 투자자 이탈과 국가 신인도 저하, 정부·규제 기관의 활동 위축 등은 국내 법률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외 변수는 물론 국내 정치·경제적 불안 요인까지 걱정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국내 로펌들은 신사업 추진·인재 확보 등 미래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변호사는 “대외 변수로 기업들은 핵심 사업 위주로 재편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에너지 등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문 등 법률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대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도 “어려운 시기일수록 내실을 다지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투자에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며 인공지능(AI), 바이오, 무탄소(Carbon Free), 암호화 토큰(Crypto token) 등을 투자해야 할 신(新)분야로 꼽았다. 광장도 전문팀 신설이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야로 토큰증권발행(STO), 우주항공청 개청, 가상화폐 제도화를 지목했다. 화우, 김앤장, 세종 역시 내년 중점 사항으로 우수 인재 확보와 TF 등 신사업 육성, 해외시장 진출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