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내년 1분기 수출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철강·가전·반도체 기업의 수출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EBSI는 96.1로 4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0~200 사이 지수로 표현되는 EBSI는 기준선인 100보다 높고 200에 가까울수록 다음 분기 수출을 호조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이번 조사에는 전년도 수출 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기업 1010곳이 참여했다.
품목별로 보면 가전의 수출 심리가 52.7로 가장 낮았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북미와 유럽연합(EU)의 수요 위축 탓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64.4) 역시 중국의 범용 D램 수출 증가 등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반도체는 올 2분기 148을 넘기는 등 올해 내내 100을 넘겼으나 내년 1분기를 앞두고 급락했다.
환율 직격탄을 맞은 철강과 비철금속 제품의 수출 심리도 64.1에 그쳐 기준선을 크게 밑돌았다. 이밖에 의료·정밀·광학 기기(74.8), 농수산물(77.7), 전기·전자 제품(85.3), 섬유·의복 제품(87.9), 기계류(91.9), 무선통신기기·부품(94.0), 석유제품(98.9) 등의 부진이 예상됐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선박(146.6)과 생활 용품(137.9),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130.7), 화학공업(121.5), 플라스틱·고무·가죽 제품(100.5) 등 5개 품목의 수출 전망은 상대적으로 밝았다.
한편 내년 1분기 항목별 EBSI를 보면 수입규제 및 통상 마찰(74.5)과 수출 상품 제조원가(82.7) 등 10개 중 9개 항목에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 단가(106.2)만 유일하게 기준선을 상회해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허슬비 무역협회 연구원은 “주요 수출 기업들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