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소비 회복으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중국이 경제 전문가들에게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증권협회(SAC)는 최근 회원 금융사에 수석이코노미스트들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보냈다. 협회는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경우 회사는 중징계에서 해고까지 해야 한다”고 전달했으며 주요 증권사의 전문가들은 논평에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공문을 통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당과 국가의 국정 방침을 정확히 파악하고, 당과 국가의 노선·방침·정책을 홍보하고 해석하며, 시장의 기대를 합리적으로 인도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부로 의견을 발표할 때는 사전 검토를 강화해야 하고 회의 참여 등에 앞서 회사에 사전 보고해 승인을 받는 한편 회사는 발표할 의견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수석이코노미스트를 해고할 수 있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최근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과 당국의 지침이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최근 경기 부진으로 중국인들의 불만이 팽배해지자 비판에 대한 정부의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 같은 지침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침체를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장기 불황과 비교하다가 당국의 압박을 받기도 했다. 이달 한 회의에서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와 경기 침체 상황을 언급했던 한 이코노미스트는 위챗 계정이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