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환율로 인한 원가 부담에…韓 철강, '가격 인상' 나선다 [biz-플러스]

수입 원재료값 상승에 부담 급증

포스코, 열연 등 톤당 3만원 인상

포스코·현대제철 영업익 수직하락

조선업계와 후판 가격협상 난항

일각선 "철강재 가격 지속 어려워"

제철소 근로자들이 용광로 작업을 하고 있다.제철소 근로자들이 용광로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내년 1월부터 범용 철강 제품의 가격 인상에 나선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선을 돌파하면서 수입 원자재 가격이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그동안 중국의 덤핑 공세에 맞서 제품가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왔지만 앞으로 정상적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판매점 등 유통시장에 공급하는 수입대응재 열연과 후판 가격을 톤당 3만 원씩 올린다고 거래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역시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철강 업계는 올해 주요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수요 긴축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국내 철강사들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원료탄을 주로 호주와 브라질 등에서 수입하는데 이때 결제대금은 대부분 미국 달러로 거래된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 국제 원자재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환율이 뛰면서 철강사들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원가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국내 열연코일 제조원가는 11월만 해도 톤당 70만 원 안팎이었으나 최근에는 약 73만 원 수준까지 뛴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경영계획을 짜면서 원·달러 환율이 이렇게 까지 오른다고 예상하기는 어려웠다”며 “환율이 앞으로 1500원 선까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가격을 높이지 않으면 기업 생존이 힘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제철소에 쌓여있는 열연제철소에 쌓여있는 열연



이렇게 국내 철강사들의 제품 판매가 인상은 일종의 ‘극약 처방’으로 볼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이 저가 물량 공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국내 철강사만 가격 역주행에 나선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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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용 전기료를 올리자마자 환율 쇼크까지 터져 생산원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았다”며 “현재 환율에서는 차라리 공장을 닫는 게 더 이익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국산 철강 제품 가격은 중국과 일본의 공세 속에 인하 행진을 이어왔다. 후공정을 거쳐 자동차용 강판이나 건축자재로 쓰이는 열연 강판의 유통가는 지난해 초 약 105만 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81만 원까지 떨어졌다. 후판 역시 이 기간 115만 원에서 91만 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열연과 후판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도 수직 추락했다. 포스코는 2022년과 2023년만 해도 5% 이상의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지만 올해 3분기에는 2%대까지 하락했다. 현대제철도 2022년 6%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이 올 3분기에는 1% 이하까지 내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사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엄청난 비용 부담까지 안게 됐다. 최근 국제 철광석 시세는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철강사들은 불과 두 달 사이에 1300원대 초반에서 1450원까지 급등한 환율에 따라 원료비 부담이 10% 이상 늘어났다. 고로에서 생산되는 열연과 후판은 전기로 생산품 대비 감산도 어려워 제철사들은 당장의 폭등한 원료 가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업계에서 사실상 판매 가격을 올리는 것 말고는 사업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는 이유다.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한편 범용 제품인 열연과 후판 가격이 내년 초부터 인상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다른 산업계와의 가격 협상에 대한 진통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열연과 후판은 그 자체로도 사용되지만 후공정 과정을 통해 산업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미 장기화된 조선 업계와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난항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 업계와 조선 업계는 9월부터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환율 여파 이전에도 철강사는 이미 업황 악화로 후판 가격을 더 이상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선 업계는 국산 후판보다 톤당 10만~20만 원 저렴한 중국산 후판 가격을 근거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조선사들 역시 선박 원가에서 후판이 약 20% 차지하는 만큼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또한 열연을 원재료로 사용해 철근, 컬러 강판 등을 생산하는 제강사들 입장에서도 원가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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