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0월까지 누계 출생아 수가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출생아 수가 12년 만에 최대 폭으로 늘면서 올해 연간 출생아 수도 2015년 이후 9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인 혼인 건수도 7개월 연속 증가해 저출생 추세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10월 출생아 수는 2만 1398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20명(13.4%) 늘었다. 2012년 10월(3530명)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2010년 11월(17.5%) 이후 약 14년 만에 최대다.
올 들어 출생아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4월 2.8% 증가한 이래 6월(-1.8%) 한 차례를 빼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특히 9월(10.1%)과 10월에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출생아 수도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 유력하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19만 999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만 6193명)보다 1.9% 웃돌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기준 출생등록 현황’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 1만 9910명의 신생아가 출생신고를 마쳤다. 12월 출생아 수가 1만 명 이상만 되면 지난해 출생아 수(23만 28명)를 넘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데 10월은 전월 대비 늘었다”며 “연간 기준 출생아 수와 출산율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생아 수가 늘면서 올해 합계출산율도 9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0.72명) 대비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1년 전(0.71명)보다 0.05명 늘었다. 3분기 기준으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었다.
출생아 수 증가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혼인 건수가 출생아 수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혼 출산 비중이 낮은 한국은 혼인 건수가 1년~1년 반의 시차를 두고 출생아 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혼인 건수는 1만 955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3% 증가했다. 올해 4월(24.6%)부터 7개월 연속 늘고 있다. 10월 누계 혼인 건수(18만 1322건)도 13.8% 증가했다. 혼인 건수는 6월(5.6%)을 제외하곤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저출생 추세 반전을 뒷받침해야 할 정부의 정책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여야는 저출생 대책을 총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 연내 신설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에 관련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대통령실 저출생수석실은 대통령 탄핵 소추로,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인구부 설립 논의 이후로 저출생 정책 책임·권한이 약해진 상태여서 적절한 정책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추세만 두고 중장기적인 감소세가 멈췄다고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최근 정치 상황이 저출생 정책 일관성을 깨트리지 않았는지 유심히 살펴야 하는데 지금은 사실상 저출생 정책 공백기”라고 비판했다.
인구부가 2026년도 예산부터 예산 사전심의권을 바탕으로 저출생 정책을 총괄한다는 계획도 틀어졌다는 분석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인구부 신설 관련 정부조직법에는 법안 통과 이후 3개월 뒤 부처가 출범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 중앙 부처는 3월을 전후해 내년도 예산안 심사 작업에 착수하기 때문에 당장 정부조직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일정이 빠듯한 형편이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구전략기획부 설립 추진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구부 사전 심의 대상이 되는 각 부처의 예산은 총 29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인구부 출범 논의가 무기한 표류하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저고위 예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당초 인구부 출범을 염두에 두고 내년도 저고위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1월 집행해야 할 연구용역비와 인건비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 소관 예산을 활용하거나 정부 예비비를 배정햐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예비비를 배정하는 경우 이르면 31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예산 편성 당시에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 (저고위가)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