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리뉴얼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1797년 퇴임 고별 연설을 통해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명확히 했다. 신생 독립국인 미국이 타국에 간섭하지 않고 동맹 관계를 제한하며 국제기구 참가를 꺼린다는 게 골자다. 이는 1823년 대외적으로 고립주의를 명문화한 ‘먼로주의’로 이어진다. 20세기 들어 1·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미국은 개입주의 쪽으로 돌아서면서 자국 주도의 세계 평화인 ‘팍스 아메리카나’를 추구하게 된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고립주의와 개입주의 사이에서 구조적 변화를 뜻하는 ‘리뉴얼(renewal)’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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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정세가 신냉전으로 변화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 러시아 등의 대결 구도가 형성돼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중심축’인 미국이 ‘바큇살’인 동맹국을 보호하는 가치 동맹을 지향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에서는 동맹국들끼리도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 안보를 상당 부분 책임지는 ‘격자형 동맹’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캐나다·유럽 등에도 ‘미국 이익 우선’을 강요하는 트럼프가 한국에도 관세 인상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다자 무역 질서와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발을 빼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결 중재, 북미 대화 등을 시도하면서 국제 질서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을 바탕으로 핵·미사일 도발 위협을 노골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트럼프의 전방위적 중국 옥죄기와 중국의 거친 대응은 동북아 정세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025년 국제 정세의 화두로 ‘리뉴얼’을 제시하며 보편성에 기반한 선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하루빨리 국가 리더십을 재정비해 정교하게 대처해야 한다.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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