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불바다에 갇힌 집은 연옥이었다"…홍콩 참사 생존자의 참혹한 절규

지난 26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홍콩 북부 타이포의 아파트 단지. AFP 연합뉴스지난 26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홍콩 북부 타이포의 아파트 단지. AFP 연합뉴스




홍콩에서 발생한 최악의 아파트 화재 참사로 최소 128명이 사망한 가운데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의 참혹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 26일 32층짜리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7개 동에서 시작돼 43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번 사고는 지난 1948년 176명이 숨진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참사로 기록됐다.

SCMP는 화마로부터 극적으로 생존한 윌리엄 리(40)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시의 참상을 담았다.

글에 따르면 화재 발생 당일 오후 윌리엄 리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아내의 전화를 받고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탈출하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지만 복도에는 이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검은 연기가 가득 들어찬 상태였다. 숨을 쉬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그는 어쩔수 없이 다시 문을 닫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대피로를 물색했다. 그는 비상구를 통해 로비로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인지 물었지만 아내로부터는 “로비가 불바다”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대피로가 모두 끊어졌음을 알게 된 그는 “집이라는 연옥에 갇히게 됐다"며 "어쩔 수 없이 무력하게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그는 수건에 물을 적시며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귓전에 누군가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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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젖은 수건을 움켜쥐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연기로 인해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됐고 목은 타는 듯 뜨거웠지만 윌리엄 리는 복도 벽을 더듬으며 나아가 한 쌍의 부부를 이끌어 자신의 집 안으로 들이는 데 성공했다.

집 안에서 바라본 광경은 절망적이었다. 그는 당시 촬영한 사진도 공개했는데 창밖이 완전히 화염에 휩싸여 마치 조명 마냥 집 내부를 밝히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창가에 다가가 밖을 내다봤다. 창밖으로는 불꽃과 뒤섞인 검은 눈송이 같은 잔해가 하늘을 뒤덮고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인생에서 매우 많은 것들이 내 통제 밖에 있지만 적어도 내 몸은 통제할 수 있다고 항상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마지막 통제권마저 화염에 의해 무자비하게 빼앗겼다”고도 적었다.

아울러 ”'죽느냐 사느냐‘는 철학적 질문이 이처럼 구체적으로 내 앞에 놓인 적이 없었지만, 그에 대한 답은 내 손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다시 용기를 낸 그는 부부에게 마실 것과 의복을 주고 ”진짜 비상 상황이 오면 창밖으로 뛰어내릴 수 있다. 우리는 2층에 있는 만큼 가능할 것“이라며 ”걱정할 필요 없고 우리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절한 바람은 마침내 현실이 됐다. 절망에 빠져있던 그들 앞에 기적적으로 소방관이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창문 근처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는 소방관을 발견하자 손전등을 비추며 자신들의 생존과 위치를 알리기 위해 애썼다.

마침내 26일 오후 2시 51분쯤, 화재 발생 후 약 1시간 뒤인 오후 4시께 소방관이 이들을 발견했고 오후 6시께 고가 사다리를 통해 구조가 이뤄졌다.

사투 끝에 살아남은 그는 화염에 휩싸인 아파트 안에서 자신을 가장 두렵게 한 건 다름 아닌 ’무력감‘이었다고 했다. 그는 "짙은 연기보다 더 숨 막히게 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거기 앉아 있는 것뿐이라는 철저한 무력감”이었다고 몸서리쳤다.

한편 이번 사고는 홍콩에서 지난 1948년 176명이 숨진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발생한 최대 인명 피해 사고다. 전날 오후 8시 15분 기준 당국이 밝힌 사망자는 소방관 1명을 포함한 128명이다. 부상자는 79명, 실종자는 약 200명이며, 수색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실종자 가운데 사망자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홍콩 당국은 이날부터 사흘간을 공식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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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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