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치료 등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한 것은 과잉 진료와 의료비 급등의 핵심 진료 항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재정 악화의 중심으로 보험 업계에도 큰 부담이다. 정부는 3개 항목에 진료비의 5% 급여 혜택을 주는 대신 과잉 진료 여부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가격·횟수 등을 제한해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비급여 진료비 상위 10개 항목 중 도수치료(478억 원·2위), 신경성형술(136억 원·6위), 온열치료(92억 원·10위) 등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비급여 정보 포털에 따르면 도수치료의 경우 지난해 3월 한 달에만 1208억 원의 진료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도수치료의 경우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한 실손보험금이 총 1조 3858억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3개 항목에 대한 병원별 가격 편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복지부가 병의원 가격을 조사한 결과 △도수치료는 최저 300원에서 최고 60만 원(200배 차이) △신경성형술은 20만~650만 원(32배 차이) △온열치료는 1410원~90만 원(63배 차이) 등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가격 기준이 없다 보니 병의원별로 ‘부르는 게 값’인 구조가 이어졌고 실손보험금도 폭증했다.
보험 업계는 이번 복지부 결정을 반기고 있다. 도수치료 등 3개 비급여 항목이 관리급여로 지정돼 통일된 가격이 매겨질 경우 일부 병원의 과잉 진료 행태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리급여로 지정된 진료 항목의 단가가 결정되면 그동안 치료비를 수십만 원씩 부풀려 받던 일부 병원의 그릇된 행태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비급여 항목 중심의 과잉 진료 관행을 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또 다른 과잉 진료 분야로 지적돼온 체외충격파 치료와 언어 치료가 이번 관리급여 지정에 빠진 점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보험사들은 만성 적자인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추고 보험료 인상 요인을 경감하려면 과잉 진료 우려가 컸던 체외충격파 치료나 증식 치료 등도 관리급여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체외충격파 치료, 언어 치료 등 당초 논의됐던 항목을 이번 지정에서 제외한 것은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는 고도의 맞춤형 치료 영역으로 급여 기준에 가두려는 시도는 질 낮은 ‘공장형 진료’를 강요하는 폭거”라며 “정부가 강행하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아울러 체외충격파 치료나 증식 치료까지 관리급여로 확대될 경우 외래 중심 개원의 수익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은 낮은 수가 체계에서 개원가의 마지막 생존 기반”이라며 “이번 1차 관리급여 지정에서 체외충격파 치료, 언어 치료가 제외됐지만 언제든 다시 포함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이번 관리급여 조치로 과잉 진료 예방과 비급여 시장의 정상화는 물론 비필수 의료 분야로의 쏠림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병기 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관리급여 제도는 일부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 지나친 가격 차이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비급여 적용이 용이한 비필수 의료 영역으로의 인력 유출을 완화하고자 도입 추진되고 있는 제도”라며 “첫 적용 항목이 선정된 만큼 앞으로 추가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효과를 모니터링해가면서 제도를 발전시켜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