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자신의 '정책 방향 전환' 발언 이후 국고채 금리가 급등한 데 대해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며 시장의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9일 한국금융학회·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럽중앙은행(ECB)과 호주중앙은행 등 주요국에서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사례를 언급하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국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ECB 인사가 '금리가 동결 수준에서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하자 독일 10년물 금리가 약 10bp 올랐다. 하지만 그 발언을 두고 '잘못 말했다'며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 똑같은 사인을 준 것인데 우리는 난리였다"며 "정책 신호에 조금 더 노멀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상방으로 전환됐다며 "ECB의 다음 움직임은 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유럽 주요국 채권금리는 약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이는 지난달 중순 이 총재의 외신 인터뷰를 기점으로 국내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흐름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례적 회동에 대해서는 환율과 구조조정 보고서 논의에 그쳤다고만 말했다. '정부가 금리 동결을 요청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전혀 없었고 환율 관련된 이야기만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한은이 1조 5000억 원 규모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선 것을 두고는 "시장 상황이 과도하면 언제든 안정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로 뛴 것에 대해 "단기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면서도 "환율이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내년 물가가 0.2%포인트 정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