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치명적 부작용 우려되는 KTX·SRT 통합 서두를 필요 없다

8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 승강장에서 한 승객이 열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8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 승강장에서 한 승객이 열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통합이 초래할 방만 경영, 효율성 저하 등의 부작용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크다. 국토교통부가 8일 발표한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서울·용산역과 수서역에서 각각 출발하는 KTX와 SRT의 교차 운행이 시작된다. 하반기부터는 두 열차의 구분 없이 통합 편성·운영에 들어간다. 승차권 애플리케이션도 내년 중 일원화해 하나의 앱으로 결제·발권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고속철도 운행 횟수를 늘리는 등 국민 편의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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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TX·SRT 통합은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철도 민영화와 경쟁 체제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도 일찍이 2004년 노무현 정부가 노조의 연례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과 독점 폐해 해소 등을 명분으로 경쟁 체제 도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철도노조의 강한 반발에 계속 미뤄지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에야 뒤늦게 코레일과 SR의 분리가 이뤄졌고 2016년 12월 비로소 KTX와 SRT 별도 운행이 시작됐다.

KTX·SRT 통합을 두고 걱정부터 앞서는 것은 방만 경영과 효율성 저하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레일의 현재 누적 적자가 20조 원으로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SR까지 통합된다면 적자 폭 확대 등 갖가지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두 고속철도의 통합으로 탄생하는 거대 공룡 노조가 파업이라도 하면 어쩔 것인가. 소비자들은 대안도 없이 발만 동동 구를 것이고 노조는 더 큰 요구를 일삼으며 통합 법인을 효율성 저하의 악순환에 빠뜨릴 것이다. 그런데도 공청회도 없이 코레일·SR 분리를 원위치로 되돌리려 한다면 정부가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인 철도노조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설령 이 계획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고 해도 예상되는 폐해가 명확하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라도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두루 청취한 뒤 국익에 맞는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 정부는 치명적 부작용이 우려되는 KTX·SRT 통합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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