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에 관한 보고서가 사전 동의 없이 원매자들에게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밀 유출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에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고, 출자한 7조 원 규모의 자금 회수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만약 타 연기금까지 자금을 거둬들이게 되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은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이 출자 내역을 원매자들에게 공개한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설정액, 평가액, 자산 이슈 등 펀드의 민감한 정보가 실사 과정에서 회계법인에 제출되면서 관련 내용이 공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빌딩과 마곡 원그로브 개발사업 같이 핵심 자산을 담은 6개 펀드는 국민연금의 사전 승인 없이 정보를 유출할 수 없도록 약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전날 국민연금을 방문해 정보가 공개된 경위에 대해 해명했지만 국민연금은 이날 기금운용위원회 투자전문위원회에서 자금 회수 논의를 진행했다. 정보 유출 경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지스자산운용에 출자한 금액 회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기존에 위탁운용 계약을 맺은 7곳의 운용사로 이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출자금 전액을 이지스자산운용 펀드에서 뺄 경우 경영권 매각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전체 운용자산(AUM)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기업 가치가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일 기준 이지스자산운용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26조 2520억 원이다. 국내 자산이 14조 2993억 원이며, 이 중 국민연금 위탁자산은 약 2조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평가가치 기준 자산규모가 7조~8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힐하우스와의 거래 조건 및 기업가치 조정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흥국생명, 한화생명 그리고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간 3파전으로 진행된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서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힐하우스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을 통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희망 가격을 1조 1000억원을 제시하며 최고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져 흥국생명은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당초 본입찰 단계에서 힐하우스는 9000억원대 중반의 가격을 제시했는데 본입찰 이후 주관사 측의 프로그레시브 딜 제안에 가세해 인수가를 대폭 올렸다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1조 500억 원, 한화생명이 9000억 원 대 후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심사는 자금 출처, 재무 건전성 등을 기준으로 대주주 자격을 검증하는 절차다. 힐하우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모든 절차에서 매각주관사의 기준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왔다”고 밝혔다. 중국계 자본 영향력이 크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힐하우스 계열 ‘삼티 AMC’가 인수를 주도한다”면서 “삼티 AMC는 일본에서 주거·호텔 개발 및 자산운용 플랫폼으로 성장해왔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