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내년 1조 5000억 달러(약 2205조 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선다. 공모 규모만 최소 300억 달러(약 44조 원)를 넘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스페이스X 경영진이 이르면 2026년 중후반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시장 변동성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일정은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이스X는 이번 IPO에서 기업가치를 1조 5000억 달러로 평가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스페이스X가 약 8000억 달러(약 1176조 원)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안에 몸값이 두 배 가까이 뛰는 셈이다. 테슬라의 현 시가총액(약 1조 4000억 달러)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점도 주목을 끈다.
스페이스X가 계획대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 역대 최대 IPO 기록을 쓰게 된다. 현재까지 가장 큰 IPO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로 당시 256억 달러(현재 환율 약 37조 원)를 조달해 2014년 217억 달러(약 31조 원)를 모은 중국 알리바바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약 5%만 매각하더라도 약 400억 달러(약 58조 원)의 조달이 가능해 아람코의 기록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치솟는 배경에는 ‘로켓 발사 기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프라·통신·우주 기술을 종합한 하이브리드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성장의 중심에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가 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매출은 올해 약 155억 달러(약 22조 원)에서 2026년 최대 240억 달러(약 35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상당 부분이 스타링크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스타링크는 전 세계 기업 및 정부와 체결한 장기 계약을 토대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며 스페이스X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재사용 로켓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이라는 점도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다. 경쟁사들이 재사용 기술 구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스페이스X의 독점적인 지위가 유지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사업 확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일부 자금은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에 할당되며 운영에 필요한 반도체 칩 구매 등에도 관련 자금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 상장은 글로벌 자본시장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페이스X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공식적으로 인정될 경우 우주기업 전반이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구글 등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투자 가치도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이스X가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미국 IPO 시장도 모처럼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앤스로픽의 내년 증시 데뷔 가능성이 거론되며 오픈AI 역시 이르면 내년 IPO에 나설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다만 오픈AI는 현재 구체적인 상장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