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한·미 조선 협력과 상생을 앞세워 내년 본격화될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은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와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한편 국내에선 중소 조선사와 협력을 활성화해 'K-조선'의 신(新)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선제적 투자와 협력 체계 구축을 마쳤다. 실제로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건조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상선 분야에서는 ECO 조선소와 중형급 컨테이너선 공동 건조 파트너십을 맺는 등 다층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특히 방산 기술기업 안두릴과 손잡고 차세대 무인 해양 전력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한화오션의 행보는 한층 공격적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 인수를 통해 국내 조선사 중 최초로 미국 내 생산 및 정비 거점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이곳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을 기존 1~1.5척에서 20척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미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함', '유콘함' 등의 MRO 사업을 잇따라 수주해 실질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후발 주자인 삼성중공업은 8월 미국 비거마린그룹과 MRO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12월에는 나스코(NASSCO) 조선소와 선박 설계 및 부품 공급 협약을 체결하며 미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나스코와 협력에 국내 엔지니어링 회사인 디섹이 함께 참여해 설계부터 기자재 공급까지 아우르는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HJ중공업의 약진도 주목된다. 독도함과 마라도함 등 대형 수송함 건조 역량을 보유한 HJ중공업은 15일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해상수송사령부 소속 4만 톤급 건화물 및 탄약 운반선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함’의 중간 정비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중형조선사가 미 해군 MRO 시장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조선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실 다지기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수주 확대를 통한 낙수 효과뿐 아니라 동반 성장 모델을 통해 국내 조선 산업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중견 조선사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선박 블록부터 원유 운반선 건조까지 위탁 생산하는 협력 모델을 정착시켰다.
한화오션은 부산·경남 지역 15개 기업과 '함정 MRO 클러스터 협의체'를 출범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으며 케이조선은 협력사와 이익금의 일부를 공동 출연해 근로복지기금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한·미 조선 협력’과 ‘상생 경영'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대미 전략적 투자는 ‘조선업’을 시작으로 우리 기업들에게 이익이 환류될 수 있는 모델을 발굴할 기회로 삼고, 양국의 조선 협력을 위한 핫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 기자재 생태계 지원을 위한 수출공급망 보증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철강-조선과 조선-해운 상생협의회를 각각 구축하는 등 전·후방 산업 간 동반 성장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최규종 부회장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본격화는 조선업계에 있어 단순히 수주 확대를 넘어 글로벌 조선 패권 경쟁의 승기를 잡을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대미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 생태계 역량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