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려아연 경영권, 美정부 유증 참여 여부가 ‘판가름’

법원, 이르면 22일 유증 금지 가처분 판단

가처분 수용하면 외교 문제 비화 우려도

고려아연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 강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 제공=고려아연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 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010130)의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2조 8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금지해달라는 MBK파트너스·영풍(000670)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이르면 22일 나온다. 이번 판결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새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추진 과정에서 회사 지분 10%를 미국 정부와 세우는 합작법인(JV)에 넘기기로 한 데 따라 JV에 고려아연 지분 10%가 넘어가면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이 MBK·영풍 측을 넘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일 열린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양측 주장을 듣고 고려아연 측에 미국 정부가 제련소 지분을 원했다는 주장에 대한 석명자료를 이날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하고, 이날 심문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기일인 26일 전에 결정을 내리겠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22일께 가처분 신청 관련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대규모 제련소를 짓는 안을 의결했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과 미 정부 및 현지 기업들이 2조 8600억 원 규모의 크루서블 JV를 설립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해당 금액을 확보하고 JV가 고려아연 지분 10%를 소유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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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이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이번 유상증자가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 지분 확보인지 아니면 경영상 필요에 의한 투자 유치인지 여부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투자 유치가 미국 정부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하며 ‘신뢰 가능하고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최 회장 한 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유상증자를 택했다고 맞서고 있다.

법원이 고려아연 측 석명을 받아들여 가처분을 기각하는 경우 유상증자 진행에 따라 영풍·MBK 지분은 희석돼 43%대로 낮아지고 최 회장 측 지분은 18.76%로 올라간다.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8.15%)와 신설 JV(11.21%), LG화학(1.99%) 등에 국민연금(5.08%)까지 합하면 총 45.53%로 MBK·영풍 측 지분 우위를 흔들 수 있다. 내년 3월 주총에서 이사회 추가 진입을 노리는 MBK·영풍 입장에서는 JV에 대한 유상증자로 애초 유리하다고 여겨졌던 표 대결 구도가 뒤집히게 된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현재 최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JV 설립이 내년으로 미뤄지는 만큼 최 회장 측 방어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 내년 3월 주총의 기준일이 12월 31일인 만큼 26일에 유증 대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MBK·영풍 측과 최 회장 측 지분은 약 48.9%대 32.9∼38.6% 수준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선 유상증자 무산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한미 안보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법원이 가처분 인용에 신중히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까지 나서 “테네시에서 추진되는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 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거래”고 강조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미국의 산업·안보 정책과 연결된 사안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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