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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스노보드 은메달 유승은 "전세계 5명 성공한 기술로 올림픽 메달 따고파"

밀라노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빅에어 출전

2학년 여고생, 한국 첫 메달 주인공

30m 활강…잦은 부상 선수 포기 고민도

'공중서 뒤로 네바퀴' 기술 연습 또 연습

유튜브 보고 가르쳐준 아빠 항상 고마워

이달 중순 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빅에어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메달을 획득한 유승은.이달 중순 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빅에어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메달을 획득한 유승은.






큰 수술만 두 번, 깁스한 기간 3개월. 손목·발목이 부러졌고 팔꿈치가 탈골됐다. 2008년생 고교 2학년 여학생이 최근 1년 사이 겪은 일이다. 어머니는 “내가 우리 딸한테 왜 이런 걸 시키고 있지?”라며 걱정이지만 딸은 내년 2월 달력만 봐도 가슴이 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금빛 도약을 꿈꾸는 스노보드 빅에어 국가대표 유승은(롯데스키앤스노보드팀·용인성복고) 얘기다.



유승은은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2025~2026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빅에어에서 173.25점을 받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한 일본 선수와 불과 0.75점 차. 개인 첫 월드컵 메달이자 한국 선수 최초의 스노보드 월드컵 빅에어 메달이다. 최근 만난 유승은은 “다시 생각해도 너무 기쁜 일”이라며 “이번 은메달로 내년 올림픽 출전이 거의 확정됐다. 올림픽 무대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빅에어는 아파트 13층 높이와 맞먹는 30m 넘는 슬로프에서 활강해 6~8m 높이 점프대에서 도약한 다음 점프와 공중 동작, 비거리, 착지 등을 채점해 순위를 가린다. 시속 60~70㎞로 빠르게 내려오다 보니 작은 실수도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종목이다. 유승은 역시 1년 새 잦은 부상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월드컵 데뷔전에서 결선에 올라갔다. 선수 중 마지막으로 뛰는데 너무 긴장한 탓에 착지 실수를 했고 오른쪽 발목 복사뼈가 골절됐다”고 했다. 그 여파로 올 초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냈고 7월 일본 훈련에서 팔꿈치 탈골, 11월 초 스위스 훈련 중 오른쪽 손목 골절상을 입었다. “올림픽은 차치하고 선수 생활 포기까지 고민했었다”고 돌아본 유승은은 “그런데 깁스하고 출전한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고 상황이 180도 바뀌어 올림픽까지 꿈꾸게 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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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도쿄 올림픽과 지난해 파리 올림픽 스케이트보드에서는 일본의 10대들이 메달을 휩쓰는 초강세였다. 내년 동계올림픽에서는 눈 위의 스케이트보드인 스노보드에서 한국 10대들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남녀 하프파이프 간판 이채운(19)·최가온(17)과 함께 빅에어의 유승은도 그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다들 대단한 선수들인데 함께 거론돼 영광이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며 “모두 다치지 않고 하고 싶은 기술 다 성공하고 왔으면 좋겠다”며 다시 활짝 웃었다.

올림픽에서 보여줄 유승은의 ‘필살기’는 공중에서 뒤로 네 바퀴 도는 ‘백사이드 포틴’이다. “전 세계 여자 선수 중 이 기술을 성공한 선수는 저를 포함해서 5명 정도”라는 그는 “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킥’이다. 지난해 성공한 건데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유승은은 최근 훈련 말고도 매진하고 있는 게 있다. 아버지를 설득해 밀라노에 함께 가는 것이다. ‘스노보드광’이던 아버지를 따라서 스키장에 갔다가 초3 때 스노보드에 입문했고 현재도 아버지와 함께 훈련하는 그는 “아빠가 유튜브로 혼자 공부해서 저를 지도해주고 훈련지에서는 운전·식사·빨래까지 책임지신다. 그런데 제가 다칠까 봐 경기는 또 못 보셔서 올림픽에 안 갈 거라고 하신다”고 했다. 아쉬워하던 유승은은 기사를 통해 아버지에게 부탁을 건넸다. “아빠 제가 고맙다는 말을 못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진짜 고마워요. 정말이에요. 저랑 같이 밀라노 가서 우리 메달 한 번 걸어보는 거 어떨까요?”

한편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로 2014년부터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사를 맡아 2022년에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을 창단했다. 이후 유승은을 비롯한 유망주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문영 기자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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