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이 내년 제작극장 전환 5년 차를 맞아 그동안 축적해온 창작 성과를 한 단계 확장해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발레, 연극, 오페라, 국악, 뮤지컬, 무용 등 전 장르에 걸쳐 제작된 대표작을 정기적으로 재공연하는 ‘레퍼토리 극장’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다.
세종문화회관은 22일 내년도 세종시즌 전체 라인업과 주요 사업 계획을 공개하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2026 세종시즌은 서울시예술단 작품 23편과 기획·공동주최 공연 4편 등 총 27개 작품의 226회 공연으로 구성된다.
이중 신작은 총 10편이다. 서울시극단이 빅데이터 시대의 정보 권력과 여론 조작을 다룬 연극 ‘빅 마더(3월 30일~4월 26일)’와 한국 사회의 욕망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아.파.트(10월 24일~11월 14일)’를 각각 무대에 올린다. 또 서울시발레단이 세계적 안무가 샤론 에얄의 ‘재키(Jakie)’와 한국 창작 발레 ‘인 더 뱀부 포레스트(5월 15~17일)’ 등 4편을, 서울시무용단이 서울굿을 모티브로 전통과 현대의 감각을 결합한 창작춤 ‘무감서기(9월 10~13일)’를 공연할 계획이다. 기획·공동주최 작품으로는 영국 심리 스릴러 연극 ‘말벌(WASP, 3월 8일~4월 26일)’과 재일 작가 정의신의 대표작 ‘스미레 미용실(9월 12일~10월 3일)’이 주목받고 있다. 신작들은 단발성 초연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 반응 등을 통해 작품성을 단단히 다진 후 안정적 관객 경험을 제공하는 레퍼토리(정기 공연 목록)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세종문화회관은 2022년 제작극장 전환 이후 구축해온 제작 시스템을 레퍼토리 체계로 완성하는 실험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프로그램 혁신을 통해 전 장르에서 제작 역량을 축적했고 관람 중심의 극장을 감각·체험·참여가 결합된 공간으로 확장하는 관객 경험 및 공간 혁신을 단행했다. 그 결과 세종문화회관이 약 4년간 축적한 레퍼토리 작품은 총 76편에 이르며 전체 시즌 대비 레퍼토리 비중도 55%까지 확대됐다.
내년도 세종시즌을 이끄는 주요 레퍼토리로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대극장 레퍼토리 ‘믹스드 오케스트라(4월 16일)’를 비롯해 실내악 시리즈 ‘일노래(7월 3일)’ 등 4편과 서울시합창단의 명작 시리즈 ‘언제라도, 봄(3월 12~13일)’과 ‘카르미나 부라나(5월 21일)’ 등 5편을 포함해 17편이 준비됐다. 역동적인 움직임이 특징으로 올해 전석 매진을 기록한 서울시무용단의 ‘스피드(5월 1~3일)’, 서울시뮤지컬단의 연말 흥행작인 ‘크리스마스 캐럴(12월 2~27일)’과 ‘더 트라이브(6월 9~27일)’, 서울시오페라단의 정통 오페라 ‘라보엠(11월 5~8일)’과 ‘오페라 갈라(12월 12일)’ 등도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2026년 프로그램 키워드는 ‘K컬처 허브’와 ‘경험하는 극장’ ‘시민이 만드는 극장’”이라며 “관객들이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머물고 감각하고 참여하는 극장을 만드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극장 하우스 투어 프로그램을 내년 새롭게 도입하고 대극장 옥상을 체류형 문화 공간으로 확장한 옥상 정원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관람과 체험을 결합한 독특한 문화 경험인 세종 인스피레이션을 확장하고 시민 참여 프로그램 ‘누구나 클래식’의 완성도도 높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