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검찰, 한전 입찰담합 주도 LS일렉트릭·일진전기 등 임직원 2명 구속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8년간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수천억 원대 전력설비 입찰에서 조직적인 담합을 주도한 전력기기 업체 핵심 임직원들을 구속했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인에 대한 제재에 그쳤던 사안에서 검찰이 담합을 주도한 개인 책임자들까지 신병을 확보하면서 담합 과정과 역할 분담 등 구체적인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효성중공업, 현대일렉트릭 등 다른 대형 전력기기 제조사들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사건에서 이른바 ‘총무’ 역할을 수행하며 담합을 주도한 LS일렉트릭의 송모씨와 일진전기 소속 노모씨 등 전·현직 임원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지난 10월 15일 강제수사에 착수한 이후 약 두 달간 전력기기 제조사 10곳의 관련자 수십 명을 조사한 뒤 이달 초 범행 가담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한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일진전기 소속 최모씨와 중전기조합 이사장 유모씨, 중소기업 동남 대표 이모씨 등 일부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공범 관계에 있는 상급자가 이미 구속된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영장이 기각됐다.



이들은 한국전력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가스절연개폐장치(GIS) 구매를 위해 실시한 총 134건의 일반경쟁 및 지역제한 입찰에서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한 뒤 이를 토대로 순차적으로 낙찰을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가스절연개폐장치는 발전소와 변전소에 설치돼 과도한 전류를 신속히 차단함으로써 전력 설비를 보호하는 핵심 장비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약 6700억 원으로 공정위가 판단한 5600억 원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피해액 역시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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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이번 구속을 계기로 장기간 이어져 온 법적 공방 속에서 담합의 실체가 보다 분명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담합에 가담한 10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39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가운데 6개 사업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피의자 기업들은 공정위 조사가 입찰 과정의 실제 경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담합 성립 여부를 다투고 있다. 담합에 가담한 핵심 인물들이 구속되고 이를 뒷받침할 진술·자료가 보강되면서 과징금 처분을 둘러싼 소송에서 정부가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한국전력공사 역시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을 상대로 약 20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사건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해 세종·광장·화우·율촌·태평양 등 국내 주요 대형 로펌들이 모두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수사를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을 실행한 개인들에 대해서는 고발하지 않아온 기존 관행의 한계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한전 입찰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만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이번에 구속된 인물들은 검찰이 공정위에 고발 요청권을 행사해 수사에 착수한 대상자들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공정위의 제재가 법인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개인 책임에 대한 추궁이 미흡했고, 그 결과 담합 관행이 구조적으로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공정위 조사 권한의 한계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현행 제도상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직권 조사를 할 수 있지만 조사관이 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갖고 있지 않아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는 직접 수행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정위에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등 다른 행정기관과 마찬가지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조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조원철 법제처장에게 공정거래위원회에 강제 조사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대통령실 업무보고 과정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앞서 지난 19일 이 대통령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과 관련한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성과가 있느냐”고 묻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최근 검찰이 설탕 담합 사건과 관련해 기업과 대표를 구속 기소한 사례를 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2024년부터 내부 조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던 사안으로, 이른바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신고와 자백이 이뤄졌고 해당 신고가 검찰에 접수되면서 검찰이 집중 수사에 착수했다”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으로 인해 검찰도 세 차례에 걸쳐 고발 요청을 하며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단독] 검찰, 한전 입찰담합 주도 LS일렉트릭·일진전기 등 임직원 2명 구속


성채윤 기자·임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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