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단독] 내년 2월부터 M15X도 가동…AI 칩 '글로벌 생산 1위' 굳힌다

[고성능 D램 물량전쟁 선점]

공급 부족 겨냥…M15X에 20조 투자

내년 HBM시장 점유율 50% 넘을 듯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순차적 증산

2030년 月 생산 규모 90만장 예상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CEO가 10월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으로부터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웨이퍼를 선물로 받고 있다. 뉴스1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CEO가 10월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으로부터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웨이퍼를 선물로 받고 있다. 뉴스1




반도체 업계에서 처음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양산에 돌입하는 SK하이닉스(000660)가 내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겨낭해 대대적인 물량 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HBM 기술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강하게 피력하려는 것인데 삼성전자(005930)도 최고 품질의 HBM4를 같은 시기 양산하게 돼 양 사 간 메모리반도체 왕좌를 둘러싼 경쟁은 내년에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2월 M15X 팹의 첫 번째 클린룸 공사를 마치고 시범 가동에 들어간다. M15X는 SK하이닉스가 20조 원 이상을 쏟아부은 주요 생산 거점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주력인 HBM3E와 내년 초 양산하는 HBM4가 생산될 예정이다. 또 7세대 제품인 HBM4E에 적용될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D램 생산라인도 도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2개의 클린룸으로 운영될 M15X는 내년 2월 첫 번째 클린룸을 가동한다. 클린룸을 완성한 후 시험 생산에 돌입하고 양산까지는 약 6개월이 걸린다. 올 10월 오픈한 M15X 첫 번째 클린룸에서 양산 물량이 일정보다 2개월 빨리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나아가 SK하이닉스는 연말께 두 번째 클린룸도 완성할 계획이다. M15X가 100% 가동되는 2027년 중순에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매월 약 5만 장의 D램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2월 평택 캠퍼스에서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HBM4는 내부 기술 평가에서 11.7Gbps 수준의 업계 최고 성능을 확보했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들의 품질·특성 평가에서 호평을 받으며 양산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 양산 시점이 SK하이닉스보다 1~2개월 늦을 것으로 전망해왔다.



SK하이닉스가 D램 증산에 속도를 내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AI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타개해 매출과 시장 지배력 모두 높일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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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 등 전 세계 기업과 국가들이 AI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수백조 원을 쏟아붓는 상황이다. AI는 천문학적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초고성능·저전력 D램’인 HBM이 있어야 추론과 연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고성능 AI 칩을 만들 HBM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고성능 AI 칩에 탑재될 HBM3E(5세대), HBM4를 생산할 기술을 갖춘 기업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3사뿐이어서 공급량에 한계가 있다. 이 같은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는 HBM 생산량을 먼저 늘리는 기업의 지배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인 HBM4를 내년 2월 양산하는 데 이어 현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HBM3E의 증산에 나서 시장 주도권과 매출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증산에는 경쟁사들과 점유율 격차를 늘리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 규모는 월 50만 장, M15X를 합쳐도 55만 장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월 65만 장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HBM은 D램을 적층해서 만드는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다. 막대한 D램 생산능력을 앞세운 삼성전자가 HBM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시장의 판도도 요동치고 있다. 특히 HBM 생산 역량에서 삼성전자(월 17만 장)가 SK하이닉스(월 16만 장)를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제고해 HBM4의 완성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는 단기적으로 M15X, 중장기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해 ‘제조 능력 극대화’를 추진 중이다. 총 120조 원이 투입되는 용인 클러스터의 1기 팹은 2027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기 팹이 100% 가동되는 2030년이 되면 매월 약 35만 장이 추가돼 SK하이닉스 전체 생산능력은 월 90만 장까지 대폭 늘어난다.

금융투자 업계는 HBM4 최초 양산과 HBM3E 증산 전략으로 내년에도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0%대, 마이크론은 20% 내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4분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 출시와 맞물려 SK하이닉스의 HBM4 공급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내년 2월 HBM4 양산과 M15X 가동을 시작해 HBM 1등 지위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은 이제 기술 경쟁을 넘어 안정적 공급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2라운드에 진입했다”며 “내년 2월 HBM4 양산을 기점으로 1등을 지켜려는 SK하이닉스와 빠르게 추격하는 삼성전자 간 경쟁이 격화하며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주도권을 앞세워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이어가 올 4분기 영업이익이 15조 원 규모에 이르고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9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증권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팹) M15X 조감도. 그래픽제공=SK하이닉스SK하이닉스의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팹) M15X 조감도. 그래픽제공=SK하이닉스


[단독] SK하이닉스, 내년 2월 HBM4 세계 첫 양산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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