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6일 행정예고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해석지침은 노조의 쟁의권을 경영상 판단의 영역까지 확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해외투자·합병·매각 등 본질적으로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속하는 사안에도 파업이 가능하도록 해석의 문을 열어줬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사업상 결정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전환 배치가 진행되거나 그 가능성을 노조가 입증하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해석지침대로라면 현재 진행 중인 석유화학 생산 설비 통폐합처럼 불가피한 인력 감축과 전환 배치가 쟁의 대상으로 떠오르며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법 개정 이후 4개월 동안 법안의 문제점을 보완하기는커녕 모호한 지침으로 산업 현장의 혼란만 키운 셈이다. 사용자 정의 역시 과도하게 확장됐다.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히면서 ‘구조적 통제’를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노사 간 해석이 달라 법적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동계도 이번 지침이 극단적인 투쟁과 법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지침의 가장 큰 문제는 노사 갈등을 키우는 것이다. 정리해고와 전환 배치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까지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면 기업은 경영전략 수립 단계부터 노조의 동의를 의식해야 하고 상시적인 파업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노조 역시 경영 판단마다 구조조정 가능성을 명분으로 반대에 나설 여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 안전 분야도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침에 의하면 원청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 조치를 강화할수록 사용자성이 확대되는 역설적인 위험을 떠안게 된다.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나는 원청의 세밀한 작업 지시가 되레 노사 리스크를 키우는 구조를 낳는 셈이다.
노란봉투법은 위헌성 논란과 해석의 불명확성에도 불구하고 내년 3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지침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개정 취지는 퇴색되고 산업 현장의 혼란과 노사 갈등만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법 자체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예시를 열거하며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법안 폐기가 어렵다면 지금이라도 기업 현실을 반영한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공장은 멈췄지만 노동자는 남는’ 기형적 구조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