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복권 판매가 장기 침체에 빠졌다. 한때 ‘꿈을 사는 상품’으로 불리며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일본 복권은 1등과 전후상을 합쳐 약 92억원까지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20년 만에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28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복권 판매액은 2005년도 1조1000억 엔(약 10조1500억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다 2024년도에는 약 7600억 엔까지 줄었다. 약 20년 사이 판매 규모가 30%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연말마다 대규모로 판매되는 ‘점보 복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복권은 전국 도도부현과 정령지정도시(정부가 지정한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가 발행 주체가 되며, 실제 판매 업무는 미즈호은행이 맡아 각 지역 판매점에 재위탁하는 구조다. 지방자치단체 협의회는 판매 부진에 대해 “명확한 원인은 아직 분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국은 상품 매력을 높이기 위해 당첨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왔다. 2005년 당시 1등과 전후상을 합친 최고 당첨금은 3억 엔(한화 약 27억7000만원)이었으나 이후 6억 엔, 7억 엔을 거쳐 현재는 10억 엔(한화 약 92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판매 증가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쳤고, 장기적인 회복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젊은 구매층의 이탈도 복권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복권협회가 2025년 11월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복권 구매 경험자 가운데 30대 이하 비율은 20%에 불과한 반면, 60대 이상은 40%를 넘었다. 2004년 판매 정점기에는 30대 이하 비중이 40%에 육박했지만, 이후 새로운 젊은 소비층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당시의 구매자들이 그대로 고령화됐다는 분석이다.
복권을 사는 이유로는 ‘상금에 대한 기대’가 가장 많이 꼽혔고, 구매하지 않는 이유로는 ‘당첨될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최고 당첨금이 7억 엔에 달하지만, 1장 300엔(약 2770원)짜리 복권이 1등에 당첨될 확률은 20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소비자들이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2025년 연말 점보 복권 역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꿈을 산다’는 상징성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