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장관은 2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분량이어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고민된다)”라며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 기업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을 지역구로 둔 여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론에 힘을 보탠 셈이다. 2023년 조성에 들어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여의도 면적에 육박하는 약 777만 ㎡ 부지에 대규모 시스템반도체 특화 단지를 만드는 국가 프로젝트다.
그러나 김 장관과 전북 여당 의원들의 주장과 달리 반도체 산단 주요 입주 업체인 삼성전자는 9GW(기가와트), 하이닉스는 6GW의 필요 전력 중 이미 6GW와 3GW를 확보했다. 부족한 전력을 공급하는 동해안~수도권초고압직류송전망(HVDC)도 속도를 내고 있고 용수를 공급하는 도수관로 역시 국가수도계획에 반영된 상태다. 이르면 2027년 첫 공장이 가동될 예정인데 이제 와서 백지화하겠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새만금 일대에 해상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해 5GW의 발전소를 구축한다 해도 이는 필요 전력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러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도체 산업을 정치 포퓰리즘의 제물로 삼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국가 명운이 걸린 프로젝트를 정부 유관 부처나 기업들과 협의도 조율도 없이 특정 장관이 개인 의견을 불쑥 던지는 것은 정책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지역 갈등까지 부추기는 무책임한 행태다. 실제로 전북 완주·진안·무주를 지역구로 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용인 일대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은 “포퓰리즘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믿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의 매몰 비용과 추가 재정 투입도 막대하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 혁신과 투자 지원은 외면하면서 클러스터 조성마저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삼는다면 ‘반도체 2강’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우려가 크다. 김 장관의 발언은 국가 프로젝트에 대한 ‘정책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반도체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