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달러 저가 매수세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영향으로 달러당 1440원 문턱에서 올해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연평균 환율은 최종 1421원 수준으로 집계돼 외환위기 때를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439.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7원 오른 1433.5원에 출발한 뒤 장 초반 1427원까지 내려 저점을 찍었다. 이후 점차 상승 전환해 오후 들어 1439.9원까지 올랐고 오후 3시 30분 이후에는 1442.8원까지 일시적으로 치솟기도 했다.
환율 상승은 최근 하락 흐름에 따른 되돌림 성격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79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진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말을 앞두고 1483원 수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24일 외환 당국의 고강도 구두 개입과 정부의 외환 수급 대책에 따라 이후 3거래일 동안 무려 53.8원 급락했지만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에는 9원 넘게 반등하며 전날 하락 폭을 대부분 상쇄했다. 정용호 KB증권 부부장은 “환율이 상승한 것은 기업들의 달러 결제 수요 영향이 컸다”며 “외국인 주식 매도세도 이어지면서 장중 환율 상방 압력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환시장 전문가는 “오늘 장만 놓고 보면 연말 종가 관리를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두드러졌다는 인상은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주간 종가 기준 올해 연평균 환율은 1421.9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1394.97원)을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12·3 계엄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미중 관세 갈등, 개인 및 기업의 달러 수요 등의 변수가 겹치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은 31일 휴장하며 새해 첫 거래일인 내년 1월 2일에는 개장 시각이 오전 10시로 기존보다 1시간 늦춰진다. 장 마감 시간은 다음 날 오전 2시로 종전과 같다.
한편 정부는 내년 초 외환·자본시장 제도 개선 방향을 공식화할 방침이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환건전성협의회 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로드맵을 내년 초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